암호화폐를 상장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의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가상자산거래소 전 직원과 상장 브로커가 모두 구속됐다.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 코인원 상장팀장 김모씨와 상장 브로커 황모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9∼2021년 수십 가지 국산 코인을 상장해준다며 복수의 브로커에게서 약 10억원 상당의 현금과 코인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를 받는다.
김씨는 당시 코인원에서 암호화폐 상장과 관련한 실무를 맡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이승형)는 이들이 국내에서 발행된 암호화폐의 상장 청탁과 뒷돈을 주고받았다고 보고 이달 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배임수재 혐의를, 황씨는 배임증재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오전 회색 양복을 입고 서울남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퓨리에버 코인 상장에 문제 없었나" "뒷돈 준 것 인정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황씨는 김씨에 앞서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지난달 구속기소된 또 다른 상장 브로커 고모씨와 황씨에게서 총 1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코인원의 전 상장 담당 임원 전모 씨는 가상화폐를 상장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황씨와 또 다른 브로커 고모 씨에게서 총 19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달 7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가 청탁받고 코인원에 상장시킨 가상화폐는 '피카코인' 등 29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는 2020년 코인원에 피카코인 등 특정 가상자산을 상장해달라고 청탁하면서 당시 코인원에서 상장업무를 보던 전모씨에게 수억원을 준 혐의(배임증재)를 받는다. 고씨가 청탁한 암호화폐는 코인원에 정식 상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지난 7일 구속기소된 전씨와 김씨에게 총 20억원의 상장피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지검은 암호화폐 시세 조종, 발행사와 거래소의 유착 관계 등 가상화폐거래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빗썸과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의 가상화폐 상장을 둘러싼 비리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