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일어난 납치·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로 뒷돈을 받고 거래소에 상장됐던 암호화폐 '퓨리에버코인'을 둘러싼 금전적 갈등이 꼽히고 있다.
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 4명 중 주범으로 지목된 법률사무소 사무장 이 아무개(35)씨와 피해자가 과거 암호화폐 '퓨리에버(PURE)' 코인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해당 자산이 지난 2020년 상장될 때 거래소 코인원 임직원에게 뒷돈이 건네진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7일 코인 상장 브로커 고씨를 구속기소했다. 고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미술품 연계 유틸리티 토큰인 '피카'를 포함, 총 29개 코인에 대한 상장 대가로 코인원에서 상장 업무를 총괄하던 전 이사와 상장 실무 책임자인 상장 팀장 고씨에게 약 9억3000만원을 전달한 혐의인 배임증재를 받았다.
퓨리에버코인은 브로커 고씨가 상장 대가로 뒷돈을 건넨 29개 코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에버 백서에 나와 있는 설명에 의하면, 해당 코인은 친환경 테마에 관련된 코인으로 POP 합의 알고리즘 방식의 블록체인 기반 코인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청정공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운영사인 유니네트워크가 2020년에 선보인 암호화폐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씨는 퓨리에버코인에 약 9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약 8000만원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코인이 폭락하자 코인 관계자를 찾아가 항의하다 주거침입과 감금,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초사를 받기도 한 이씨는 한때 퓨리에버 코인 판매를 맡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경찰은 본인이 투자한 암호화폐의 손실과 관련한 원한을 이번 범행의 동기 중 하나로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 지갑에 남아있는 퓨리에버코인의 이 가격은 하나에 10원도 안되는 6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이후 코인 가격은 치솟아 2200원대에서 시작해 한달 가량 뒤인 2020년 12월21일 1만345원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주요 거래소에 상장되면 코인의 신뢰성이 높아져 투자자를 쉽게 끌어모을 수 있고, 코인값 역시 단시간에 날개를 달게 된다. 암호화폐를 선보일 때 주요 거래소와의 뒷거래가 일어나는 이유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브로커의 공소장을 확인한 결과, 브로커 고 모 씨는 퓨리에버코인이 상장되고 사흘 뒤 서울 용산에 있는 코인원 고객센터 근처에서 상장 담당 이사를 만나 현금 1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만 원도 넘게 나갔던 해당 코인은 순식간에 폭락해 휴지 조각이 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은 고 씨가 재판에 넘겨지기 나흘 전에 퓨리에버코인을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코인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입장을 내기는 곤란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코인은 최근 투자 유의종목에선 해제돼 정상 거래 중이다. 지난 2020년 11월엔 코인원과 빗썸글로벌에 상장되기도 했지만 빗썸글로벌 폐지 이후엔 코인원에서만 거래된다.
강남 한복판 살인사건의 배경에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의 상장 청탁, 시세 조작 논란이 지목되는 가운데 규제 사각지대인 '코인 투자판'에 당국의 규제가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