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예상대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통화 정책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확실한 물가 안정 신호가 잡힐 때까지 금리인상 중단은 요원하다는 이중 메시지를 보내면서 불안정한 시장 반응을 촉발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일(현지시간) 금리인상을 결정하는 정례회의 직후 성명에서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를 기존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높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한국(3.0%)과 미국 간 금리 역전폭은 3년 만에 1.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FOMC는 "2%의 물가상승률을 회복할 만큼 충분히 제한적인 통화 정책을 실시하려면 목표 범위 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화 정책을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돼있다"며 "누적된 긴축 통화 정책, 경제 활동 및 물가상승률에 통화 정책 영향이 나타나는 지연 시차, 경제·금융적 영향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지표에 이미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했던 시장은 FOMC 성명 직후, 피봇(pivot, 입장 선회) 기대감을 높이며 일시적으로 상승 움직임을 보였다. 비트코인도 1.3% 상승하며 2만800달러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까지 오를 수 있으며, 금리 인상 중단은 너무 이르다는 강경한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에 4배에 달하는 8.1%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당장 정책 방향 전환을 고려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 없이 경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2%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지만, 지난 9월 FOMC 이후 나온 경제 지표를 볼 때 물가 억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며 "최종 금리 수준은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연준 인사들이 제시한 기준금리 전망 4.6%를 넘어 5%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아직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연속적인 물가 하락 지표 등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충분히 조치하지 않는 실책을 경계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원하는 만큼 물가를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 침체 없이 물가 상승을 잡는 '경제 연착륙'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연준 의장은 가까운 시일 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제롬 파월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특정 시점에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 "금리 인상폭을 계속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적절할 (속도 시절) 시점이 오고 있다고 본다"면서 "다음 회의나 그 다음 회의일 수 있다”고도 발언했다.
다만 "연준이 과도하게 긴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현 시점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거나 논하는 것은 매우 이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최근 금리인상 속도가 빠른 것은 맞지만, '제로' 수준에서 인상을 시작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금융 시장은 하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1.55%, S&P500 지수는 2.50%, 나스닥 지수는 3.36% 급락 마감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3bp 상승한 4.086%, 2년물 국채는 7bp 오른 4.613%를 기록했다. 유가는 2거래일 연속 4%의 상승률을 보였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3일 오전 9시 5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1.4% 하락한 2만190달러, 이더리움은 3.28% 내린 15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각각 주간 상승분 2.1%, 8.4%는 유지 중이다.
이날 발표된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고용 보고서는 연준의 긴축 정책을 뒷받침할 견조한 고용 상황을 나타내기도 했다.
10월 민간 부문 고용은 23만9000명 증가했다. 전월 기록인 19만2000명, 다우존스 전망치 19만5000명을 웃도는 수치다.
연준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시장 피봇 기대를 경계하는 발언을 내놧다.
그는 "긴축 속도가 느려진다고 해서 반드시 금리인상이 조기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봇이 있으려면 ▲빠른 금리 인상 ▲느린 금리 인상 ▲높은 금리 유지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라면서 피봇까지 몇 달이 더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과도한 긴축 정책에 정치권뿐 아니라 연준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FOMC 성명과 연준 파월 의장 발언은 12월 금리 인상폭을 낮출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힘을 실은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14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빅스텝) 인상할 확률을 68.7%, 0.75%포인트 인상 확률은 31.3%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연준의 정책 발표를 기다렸다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연준 조치를 예측·분석하며 움직이고 있는 만큼, 연준의 속도 조절 신호만으로도 암호화폐에 매우 강한 단기적 강세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