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미국 통화정책 방향의 근거가 되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다리면서 횡보하고 있다.
미국 고용통계국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늘 저녁 9시 30분 9월CPI를 발표한다.
CPI는 소비자 상품·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로, 미국 통화 당국이 정책 결정 시 참고하는 핵심 물가지표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모든 항목을 포함한 헤드라인 CPI가 8.3%에서 8.1%로 약간 둔화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가 40년래 최고 수준인 평균 6.5%로, 8월(6.3%)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근본적인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근원 CPI 상승은 높아진 생산자물가지수(PPI)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강력한 금리인상을 지속할 근거가 될 전망이다.
전날 발표된 9월 PPI는 전월 대비 0.4%를 기록하며 예상치(0.2%)를 상회했다.
◇시장, 핵심 물가지표에 경계심 고조
연준의 긴축 통화 정책이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 시장에 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시장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높은 물가에 매파적 성향이 강해지면 위험자산 투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CPI를 앞두고 미국 뉴욕증시 주요 3대 주가지수는 동반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큰 등락 없이 횡보하고 있다. CPI 발표가 시장 방향과 변동성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2만 달러를 밑도는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추가 매도세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1만8000달러에서 2만2400달러 구간에 갇혀있어 약세장 바닥을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대형 암호화폐 옵션 거래업체 QCP 캐피털은 "별다른 시장 내러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거시경제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시장이 높은 불확실성 가운데 CPI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1% 하락한 1만9088달러,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0.43% 하락한 1286.7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CPI, 변동성 촉발할 것" 예상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CPI 결과라는 외부 촉매를 통해 주식 시장이 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트코인도 오랫동안 유지한 기존 가격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대형 은행 JP모건 전문가들은 CPI가 높게 나오면 주식 시장의 경우 5% 폭락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코바리오의 거래 수석인 플로리안 지오바나치는 "CPI 결과에 따라 주식 시장이 3%대 등락을 경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암호화폐처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위험 자산도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투(GenTwo) 소속 암호화폐 애널리시트 파블로 조다르는 CPI를 통해 비트코인이 더 낮은 바닥을 찾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18년 3월부터 11월까지 6000달러선을 유지했던 상황을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은 이미 바닥을 다졌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절반 폭락한 3000달러대까지 내려갔고 불장이 올 때까지 몇 달 동안 해당 구간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9월 CPI 결과가 나오면 비트코인이 1만7000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옵션 시장 '약세' 베팅
비트코인 옵션 시장은 대체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8월 CPI 발표 당시에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정책 전환(피벗)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콜옵션(강세베팅)에 대한 편향이 나타났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CPI 결과에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크게 미끄러졌다. 비트코인은 10%가까이 폭락했다.
물가 개선을 낙관하며 강세에 베팅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옵션 거래자들은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풋옵션(하락 베팅) 대비 콜옵션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는 -5%에서 -10%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CPI가 비트코인에 새로운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해 보호 방안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레저프라임의 최고투자책임자 실리앙 탕은 "CPI를 앞두고 1만7500달러, 1만8500달러의 10월 만기 비트코인 풋옵션에 대한 대량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큰 변동성을 예상하는 '옵션 감마'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콜/풋옵션을 모두 매입하는 방식으로, 롱 감마 포지션의 경우, 기초자산이 어느 방향이든 큰폭으로 움직이면 수익이 난다.
한편, 물가 진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고,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주요 연준 인사들이 '당분간 정책 전환(피벗)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만큼 극적 CPI 개선이 없는 한 기존 정책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와치는 내달 연준이 금리를 0.75%p 인상할 확률을 이미 81.3%로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