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신청을 최종 반려했다.
SEC는 11일(현지시간) 공식 문건에서 "위즈덤트리 비트코인 신탁 상품의 투자자 보호 수준이 불충분하다"면서 승인을 거부했다.
금융 규제 당국은 지난 3월과 8월 두 차례 승인 결정을 연기하고 이날 최종 반려 결정을 내렸다.
이는 위즈덤트리가 추진한 두 번째 현물 비트코인 ETF다. 첫 번째 ETF 건은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에서 반려됐었다.
SEC는 공식 문건에서 신청 업체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산하 BZX 거래소가 거래법과 위원회 관행 규정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BZX 거래소는 위즈덤트리 비트코인 신탁이 사기·조작 행위 및 관행을 방지하는 동시에 투자자와 대중 이익을 보호하도록 설계됐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SEC는 지난 10월부터 '비트코인 선물 ETF'만 허용하고 있다. 해당 ETF는 비트코인 미래 가격에 베팅하는 현금결제형 선물 계약에 기초한다.
ETF 제공사가 실제로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게 되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한 건도 SEC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위원회는 지속적으로 “미국에 충분한 규모의 규제된 비트코인 현물 시장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 기반 ETF를 상장하는 거래소는 ‘기초 자신이나 참고 자산(비트코인)’과 관련해 상당 규모의 규제 시장과 종합적인 감시 및 공유 계약을 맺었음을 증명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레이스케일 “SEC, 암호화폐 업계 차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반려가 계속되면서 미국 암호화폐 투자 신탁 제공업체 그레이스케일은 SEC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자체 비트코인 신탁 상품 ‘GBTC’의 ETF 전환을 신청했지만 지난 5월 반려됐다. 이에 대해 업체는 SEC의 조치가 부당하다면서 6월 소송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미 항소법원에 제출된 문건에서 그레이스케일은 “SEC 반려 근거는 결함이 있고 변덕스러우며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레이스케일은 “SEC는 동일한 가격에 기초하고 동일한 위험을 수반하는 비트코인 선물 ETF와 현물 ETF를 임의로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SEC가 적용하는 하위(Howey) 테스트는 비트코인 시장의 사기·조작에서 투자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결함을 가지는데, 유독 현물 비트코인 ETF에만 이러한 테스트를 엄격히 적용하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굳게 닫힌 미국과 달리,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허용돼 상당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6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재 암호화폐 ETF·ETP 등 신탁 상품은 180여 종에 달하며 이중 절반은 약세장 이후 출시됐다”면서 “암호화폐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