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고객의 암호화폐를 대차대조표상 부채로 처리하는 회계 방침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암호화폐 산업 진출이 가로막혔다고 로이터가 16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3월 SEC는 공개기업(상장기업)이 고객의 암호화폐를 보관할 경우 이를 대차대조표상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당시 SEC는 "고객을 대신해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것은 별도의 리스크가 발생하는 행위"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미국 은행들은 부채 규모에 상응하는 현금을 보유하도록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로이터는 SEC가 은행 규제 당국이나 업계와 일절 상의하지 않고 해당 지침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US뱅코프, 골드만삭스, JP모건, 뉴욕멜론은행, 웰스파고, 도이치뱅크, BNB 파리바,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다수 은행이 암호화폐 상품을 개발 중이거나 이미 제공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SEC 지침 때문에 산업 진출에 큰 문제가 생겼다"며 "암호화폐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은행들은 추가 조치를 기다리며 사업 진행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실제로 스테이트스트리트, 뉴욕 멜론 은행 등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나딘 차카르 스테이트스트리트 디지털 부문 책임자는 "회계 지침으로 은행이 보관 서비스를 중단하진 않겠지만, 매우 비경제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BNY멜론 대변인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도 "디지털 자산이 점차 주류 금융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US뱅코프의 경우 기존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계속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변인은 향후 규제환경을 고려해 신규 고객 접수를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찰스슈왑, 시타델증권, 피델리티디지털에셋 등의 월가 대형 금융업체들은 암호화폐 거래소 EDX 마켓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거래소는 규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 같이 '미증권'으로 확정된 일부 암호화폐만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