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게임 산업이 한때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루며 차세대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게이머와 개발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게임 산업 전반의 침체와 대규모 해고, 스튜디오 폐쇄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인디 개발사들에게 자금 조달과 배급권 통제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해결책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기존 게임 산업이 겪어온 문제를 반복하거나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초기 웹3 게임 프로젝트 대부분은 재정적 목적 중심의 블록체인 위에 구축되었고, 여기서 오는 기술적 한계는 필연적으로 사용자 경험의 저하와 과도한 토크노믹스 의존이라는 구조로 이어졌다. 많은 개발자들이 기존 레이어1 블록체인과의 연결을 포기하고 자체 체인을 선택하면서, 생태계는 점점 더 서로 단절된 ‘폐쇄형 플랫폼’으로 바뀌어 갔다. 이 과정은 기존 전통 게임 업계가 스스로 고립된 생태계를 구축하다 몰락한 전철을 반복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형 게임사들은 오랫동안 창의성보다 고사양 그래픽에만 집중해 왔고, 이로 인해 개발비가 타이틀당 100억 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인디 개발자는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생존이 어려워졌으며, 블록체인은 이들에게 기회처럼 비쳤다. 하지만 오히려 웹3 플랫폼조차 기존과 유사한 중앙집중형 구조를 답습했고, 신규 이용자 확보 비용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코어 유저를 붙잡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며 게임성보다 추상적 보상 설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흐름은 사용자 수치로도 증명된다. 올해 1월 DappRadar 보고서에 따르면 웹3 게임 관련 월간 활성 지갑 수는 730만 개에 달했지만, 실제로 게임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순수 게이머는 약 1만 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낙관적으로 추산해도 실질적인 코어 게이머는 최대 10만 명 수준에 불과해, 시장이 외형적 수치보다 훨씬 제한적인 실 사용자 기반에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통 게이머들은 NFT나 토큰 수익성보다는 익숙하고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와 자산 소유권’에 더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다수의 웹3 게임들은 기술과 경제 시스템 구현에만 집중하고, 정작 진입 장벽이 낮고 재미있는 경험을 원하는 유저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는 기존 암호화폐 유저들 간 경쟁에 불과한 결과를 낳았고, 신규 유입자는 거의 없는 ‘제로섬 게임’에 머무르게 됐다.
게임 개발자들조차 웹3의 기회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복잡한 암호화폐 환경과 개발 난이도, 유동성 관리 문제로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블록체인 인프라 구성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웹3 게임이 본래의 약속을 되새기고,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폐쇄형 생태계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의 자율성과 생태계 간 협업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익 모델도 고립이 아닌 협업을 유도하면서,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게임 산업의 미래는 더 나은 그래픽이나 토큰 인센티브에 달려 있지 않다. 창의성과 협업이 공존하는 토양, 개발자가 오로지 몰입감 있는 경험 창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진정한 변화를 이끈다. 웹3가 정말 게임 산업의 미래가 되려면, 지금이야말로 ‘재미있는 게임 만들기’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