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서비스 기업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은퇴 계좌를 출시했다. 투자자들은 해당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라이트코인(LTC)을 매수 및 매도할 수 있으며, 수수료는 거래 금액의 1%에 불과하다.
피델리티는 현재 약 5조 9천억 달러(약 8604조 원)의 자산을 운용 중인 대형 자산운용사로, 이번 암호화폐 투자 지원 계좌는 전통 직장인 퇴직연금(IRAs) 3종으로 구성됐다. 세금이 이연되는 일반 IRA와 두 개의 로스 IRA(그 중 하나는 롤오버용) 계좌가 포함되며, 해당 상품들은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Fidelity Digital Assets) 소속으로 출시됐다. 기존 이 부서는 기관투자자 대상의 암호화폐 서비스를 주로 제공해왔다.
계좌 개설 및 유지 비용은 무료이며, 모든 암호화폐 거래는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 지갑에서 이뤄져 보안성도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피델리티의 행보는 암호화폐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 변화와도 맞물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서클(Circle)과 같은 주요 기업도 기업공개(IPO)를 위해 준비 중이다. 다수의 제도적 움직임이 암호화폐를 주류 금융시장으로 편입시키는 흐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적으로 IRA 계좌에 암호화폐 편입이 금지된 적은 없지만, 대부분의 IRA 제공자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피델리티의 정책은 업계의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의 확대로 간접적인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직접적인 코인 매매가 반영된 은퇴 연금 상품은 여전히 드물다.
한편, 암호화폐 기반 은퇴 계좌에 대한 정치권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앨라배마주 토미 터버빌 상원의원은 미국 국민이 401(k) 퇴직연금에 암호화폐를 추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재발의했다. 이 법은 기존 노동부 규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기조와도 일치한다는 평가다.
비트IRA(BitIRA)와 같은 민간 기업에서도 암호화폐 전용 IRA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 내 은퇴 자산 운용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의 비중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