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북미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서비스 ChatGPT 플러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AI 기업 간 교육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구독 서비스는 원래 월 20달러(약 2만 9,000원)로, 최신 GPT-4o 모델을 포함한 고급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옵션이다. 오픈AI는 이번 정책으로 수백만 명의 대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서 AI 활용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결정은 경쟁사 앤스로픽이 전날 자사 AI ‘클로드(Claude)’의 교육 버전을 출시한 직후 나왔다. 앤스로픽은 문제 해결을 유도하는 ‘러닝 모드(Learning Mode)’를 중심으로 한 클로드를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동시에 노스이스턴대, 런던정경대, 샴플레인컬리지 등과 손잡고 캠퍼스 전체에 접근권을 부여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오픈AI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과 캐나다 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GPT-4o, 이미지 생성, 음성 대화, 심화 리서치 등 프리미엄 기능들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AI 기능 체험을 넘어, 학문적 응용과 실습 중심의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리아 벨스키 오픈AI 교육부문 부사장은 “오늘의 대학생들은 더 빠르게 배우고,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들에게 AI 도구를 직접 다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교육 시장은 AI 업계의 전장을 넘어 미래 사용자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18~24세 연령층 중 3분의 1 이상이 이미 ChatGPT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약 25%는 학업 관련 질문이 주를 이룬다는 오픈AI의 자체 조사 결과도 이러한 추세를 방증한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어떤 AI 도구에 익숙해지는지에 따라, 향후 기업 내 도입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챗GPT 플러스에 포함된 ‘딥 리서치(Deep Research)’ 기능은 학술논문 분석과 정보 통합, 비판적 비교 분석 등 학문적 작업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전통적 검색 엔진이 단순히 문서를 반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념 간 관계를 연결하고 연구 방법론의 차이점까지 짚어주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이다.
한편 오픈AI와 앤스로픽의 교육 접근 방식은 회귀적으로 대비된다. 전자가 생산성과 도구 활용 극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후자는 사고력을 유도하고 문제 해결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이다. 이는 AI가 학생들의 학습 파트너가 되어야 하는지, 혹은 단순한 성과 증폭 수단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차이를 드러낸다.
이처럼 대학 캠퍼스를 둘러싼 AI 경쟁은 단순한 마케팅 수준을 넘어, 교육 제도 전반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글을 쓰는 단계에 이르면서, 기존 교과과정과 평가 방식은 AI의 영향권 아래에 놓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수세적 대응에서 벗어나, 오히려 AI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캘리포니아 주립대 시스템은 최근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브레인스토밍과 편집 과정에는 ChatGPT 사용을 허용하고, 결과물 생성에는 명시적인 출처 표기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대학별로 정책이 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학생들은 ChatGPT의 학습용 페이지를 통해 SheerID 인증 절차를 거치면 무료 ChatGPT 플러스 계정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 계정은 GPT-4o를 기반으로 한 향상된 응답 품질, 고급 음성 인터페이스, 이미지 생성, 우선 응답 처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심화 리서치 툴은 학문적 글쓰기와 문헌 조사 과정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교육 시장 공략은 오픈AI와 앤스로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은 제미니(Gemini) 기반의 교육용 AI를 강화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Copilot)을 오피스 교육 제품군 전반에 결합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기술기업들이 교육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단기 수익 그 이상을 겨냥한 결정이다.
전문가들은 에듀테크 시장의 가치는 2030년까지 약 805억 달러(약 115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직접적인 매출보다 더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용자 데이터다. 학생들이 어떻게 AI를 활용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기업들은 제품을 개선하고 교육 현장에 최적화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대학들 또한 점차 AI를 단순한 위협이 아닌 혁신 기회로 받아들이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기술적 이해, 윤리적 고려, 실제 활용 능력을 아우르는 AI 교육 과정을 새롭게 구성하며, 입학 초기부터 AI 도구를 필수 학습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AI의 능력이 어떻게 상호보완할 수 있는지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계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기업의 75%가 신입사원 채용 시 AI 활용 능력을 핵심 스킬로 간주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실제 AI 도구를 다루며 비판적 사고와 기술적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은, 곧 미래 직업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의미한다.
이제 학생들은 단순히 AI가 과제를 대신해주기를 기대하는 시대를 지나, AI와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번 오픈AI의 무상 제공은 그 변곡점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며, 교육과 기술의 접점이 본격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