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BlockFi)가 암호화폐 거래소 FTX에서 3000억 원대 자금을 대출하며 유동성 확보에 성공했다.
잭 프린스 블록파이 CEO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FTX와 '회전신용편의(RCF)'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RCF는 대출금 한도를 정하고 일정 기간 동안 한도 내 자금을 계속해서 빌릴 수 있는 대출 방식이다. 기업을 위한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블록파이는 FTX에서 최대 2억5000만 달러(약 3232억원) 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FTX 자금 지원, 위기의 디파이 살릴까
블록파이는 저금리 시기에 암호화폐 예치금에 대한 높은 이자를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끈 대형 암호화폐 대출 업체다. 지난해 7월 운용자산이 150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셀시우스, 바벨 파이낸스 등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이 연이어 인출을 중단하는 등 관련 시장이 큰 위기를 맞으면서 블록파이 또한 연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록파이는 대형 암호화폐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 캐피털(Three Arrows Capital, 3AC)'의 대출 담보를 청산했다.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의 감원도 진행 중이다.
디파이에 대한 규제 강화도 블록파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재를 받아 올해 2월 1억 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밖에 뉴저지, 아이오와 등 주 규제기관도 블록파이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4일 아이오와주는 블록파이에 약 94만 달러 규모의 벌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FTX의 대출 지원은 블록파이의 상환 역량을 향상시키고 안정적인 운영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잭 프린스는 "이번 계약은 블록파이에 자본 접근성을 제공하고 기업 대차대조표와 플랫폼 역량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사는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를 통한 전 세계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번 계약은 블록파이와 FTX 간 향후 협력과 혁신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CEO는 블록파이의 재정과 운영 상태, 자산이 모두 안정적이라면서 "이번 협력을 통해 블록파이는 강력한 입지를 가지고 시장을 탐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흔들리는 암호화폐 대출 시장
암호화폐 대출업체들은 연일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메이플 파이낸스(MPL)는 2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주 유동성 문제로 대출 제공자(Lender)의 출금이 일시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메이플은 "자금이 충분치 않아 대출 제공자가 대출자의 상환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면서 "대출 만기로 풀의 가용 자금이 확보되면 대출 제공자의 인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발란체(AVAX) 기반 디파이 프로토콜 알레프 파이낸스(NALEPH)는 같은 날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팀 해체 및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알레프 측은 "유동성이 보충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고갈됐다"면서 "사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했다"고 운영 중단 이유를 밝혔다.
◇규제 당국, 암호화폐 대출 시장 주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디파이가 금융 안정성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MiCA 후속 법안에 '금융 중개자'뿐 아니라 디파이도 포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22일 포춘지에 따르면 ECB 총재는 유럽의회 증언에서 "유럽연합 암호화자산규제안(MiCA) 후속 법안을 통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암호화폐 스테이킹 및 대출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미지의 영역에서 혁신은 때때로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면서 "규제 없이는 잦은 투기나 사기는 물론 범죄성 거래를 통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워드 피셔 SEC 선임고문은 21일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셀시우스 사태 이후 더 많은 암호화폐 규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셀시우스 사태에 대한 주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연방 차원의 추가 규제 및 감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셀시우스 사태는 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 특히 암호화폐 대출 업계 차원의 문제"라면서 "SEC는 관련해 시장의 무결성, 투자자 보호 및 투명성을 더욱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