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대형은행들, 금융 불안 속 '암호화폐' 지원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위기로 어두웠던 시장 전망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미국 대형 금융기관들은 암호화폐 상품 지원을 확대하면서 시장 진입 속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3월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의 글로벌 시장 총괄인 트로이 로르바흐(Troy Rohrbaugh)는 RBC 글로벌 금융기관 컨퍼런스에서 "암호화폐 수요 및 거래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은 현재 금융시장이 매우 위험하고 불확실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제재 조치로 인해 고객들이 받는 압박도 상당하고 은행 실적도 저조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은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고객이 이끄는 데로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로르바흐 총괄은 "은행 고객들, 특히 자산운용사 고객들은 암호화폐 투자 부문에 있어서 점점 더 중요한 주체가 되고 있다"면서 "은행은 고객과 함께 움직이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접점 늘린다…골드만삭스·스테이트

금융권의 암호화폐 진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관련 상품·서비스 제공 수준을 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관심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디지털'의 기관급 이더리움 펀드를 제공한다. 3월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갤럭시인스티튜셔널이더리움펀드(Galaxy Institutional Ethereum Fund)'의 공급업체로 역할하며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최소 25만 달러부터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2021년 3월 출시 이후 28명의 고객에 5000만 달러 이상 판매됐다.

골드만삭스는 장외거래에서 양방향 암호화폐 옵션을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헤지펀드나 비트코인 채굴자 등 암호화폐 보유자는 양방향 옵션을 이용해 위험을 회피하거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거래를 맞춤화할 수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은 암호화폐 수탁(custudy)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스테이트 은행은 수탁 자산 43조, 운용 자산은 4조 달러에 달하는 대형 은행이다. 지난해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다자산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며 암호화폐 부문을 신설한 바 있다.

은행은 이번 암호화폐 수탁 사업을 위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투자 솔루션 제공업체 카퍼(Copper.co)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카퍼는 40개 이상의 거래소와 450개 이상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관급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딘 차카르(Nadine Chakar) 스테이트 디지털 부문 총괄은 "고객에게 새로운 자산 유형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상품 제공을 위한 규제 절차를 밟고 있다.

"비트코인, 가치저장 수단으로 지속 성장"

금융 불안 속에 시장 상승세는 꺾였지만, 암호화폐가 유효한 금융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남아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 CEO인 피유시 굽타(Piyush Gupta)는 3월 9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는 금 같은 가치저장 수단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DBS는 2021년 여름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 기관 대상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2년 말 소매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 개설도 준비 중이다.

2022년 3월 9일 미 정부가 내놓은 암호화폐 행정명령도 금융권의 암호화폐 채택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암호화폐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정부 차원에서 시장을 수용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채택에 걸림돌이 됐던 불확실한 규제 상황이 정부 주도 하에 신속하게 다뤄지고 안전한 규제 환경이 수립된다면, 암호화폐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더욱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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