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이 은행 최초로 메타버스에 진입했다.
2022년 2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JP모건은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디센트럴랜드’에 은행 라운지를 열었다. 디센트럴랜드는 이용자가 NFT 기반 가상토지를 매입해 활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다.
JP모건의 첫 메타버스 공간은 ‘오닉스(Onyx)’ 라운지다.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전담 부서와 같은 이름을 썼다. 암호화폐 회의론자인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CEO의 사진이 걸려 있고 호랑이 한 마리가 돌아다니는 라운지 모습을 볼 수 있다.
JP모건은 은행 최초로 메타버스에 공간을 마련하면서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오닉스 라운지는 대형 금융기관이 디지털 세계에서의 역할을 탐색하기 위한 기점이 될 예정이다.
은행은 “자체 화폐, GDP, 인구를 가진 가상세계에서도 JP모건은 국경 간 결제, 외환 결제, 금융 자산 개발, 거래, 수탁 등 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과 같은 범죄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하면서 계좌 및 거래 상태 검증, 부정 행위 방지 같은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메타버스에서 창작물을 수익화하기 원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대출을 해주거나 커미션 입금을 위한 가상 월렛을 설치해주는 등 가상공간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메타버스의 기회'
JP모건은 메타버스에서의 기회를 다룬 보고서도 발간했다. 기업이 메타버스 분야를 탐색하고 과대 광고와 현실을 구분해낼 수 있는지 방안과 전망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거래 △소셜 △수익 창출 △소유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상과 가상 경험을 통합하는 메타버스 시장은 아직 정의도 불분명할 만큼 초기 단계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매년 540억 달러 상당의 가상상품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음원 구입 비용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인기 샌드박스 게임 로블록스에서는 매일 600억 개의 메시지가 전송되는 등 소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2021년 미국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라이프에서는 6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고 이중 8000만 달러가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갔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소유권 증명을 담당하는 대체불가토큰(NFT)의 시가총액은 410억 달러에 달하며, 메타버스 게임 더샌드박스는 워너뮤직 등 200개 고객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상 업무 공간, 인기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포트나이트 콘서트 등 다양한 메타버스 사례를 언급했으며, 월마트, 나이키, 갭, 버라이즌, PWC, 아디다스 등 메타버스에 진입 중인 다수의 기업들도 거론했다.
은행은 “메타버스는 새로운 디지털 요소들을 융합해 통합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면서 “소비자와 브랜드에 수많은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메타버스인가, 왜 지금인가
심즈(Sims)나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같은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은 이미 20년 동안 존재해 왔다. 플레이어들은 이미 평균 주 20시간을 이 공간에서 소비하고 있다. 조금 더 현대화된 버전인 마인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등은 수억 명의 사용자 기반과 상당한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다.
JP모건은 메타버스 시장이 변곡점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상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몰임감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고 소통하는 것은 점점 더 익숙한 일이 됐다.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자신을 표현할 새로운 무대를 찾고 있다.
여기에 기술, 사회, 경제적 요인까지 맞아떨어지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JP모건이 짚은 메타버스 부상의 주요 동력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의 융합이다.
이상적 메타버스를 실현할 수많은 신기술이 융합 발전하고 있다. 성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헤드셋은 사용자 경험을 크게 개선한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와 NFT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거래하고 소유하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고 크리에이터에게 작품을 수익화할 방안, 플랫폼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만든 소유 경제…메타버스의 핵심
기존 온라인 공간과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웹 3.0 기술을 통해 등장한 새로운 소유 경제에 있다. 디지털 화폐, NFT, 탈중앙화금융(DeFi), 탈중앙자율조직(DAO) 등은 이같은 생태계를 구현할 핵심 기술로 여러 차례 언급됐다.
디센트럴랜드와 같은 이더리움 기반 플랫폼은 이용자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개발할 수 있는 NFT 기반 가상토지를 판매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입점 계획을 세우면서 가상공간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2021년 한 필지의 평균 땅값은 2021년 6월 6000달러에서 12월 1만 2000달러로 6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민주적인 소유 경제에 상호운용성 향상이라는 효과까지 더해진다.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는 더 이상 한 플랫폼이나 브랜드에 귀속되지 않게 되는데, 이는 더 큰 경제적 기회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이 내린 결론은 메타버스가 계속해서 빠르게 진화한다는 것이다. 은행은 "폭발적인 시장 성장, 신규 진입자의 지속적인 혁신, 기술 발전 등 역동적이고 위험한 공간"이지만 "시대에 뒤처질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직접 탐색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향후 몇 년 간 메타버스는 모든 부문에 어떤 식으로든 침투할 것”이라면서 ‘쌍방향’ 디지털 세계가 제공할 기회는 무한하다고 낙관했다. JP모건이 추산한 메타버스의 시장 가치는 연 1조 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