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암호화폐 시장이 최대 호황을 겪으며 상당수 시장의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시장이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 M&A 시장은 2021년에만 5000% 가까이 성장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2년 2월 23일(현지시간) 포브스는 다국적 회계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 PwC) 최신 보고서를 인용, 암호화폐 M&A 시장의 가치가 지난 2020년 11억 달러(약 1조 3120억 원)에서 2021년 550억 달러(65조 5870억 원)로 4846%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가치가 49% 상승한 비트코인(BTC)이나 390% 상승한 이더리움(ETH), 1600% 상승한 도지코인(DOGE)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성장도 인상적이었지만 암호화폐 M&A 시장 성장에는 비할 바 아니었다”며 M&A 시장 성장에 주목했다.
PwC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뤄진 M&A는 지난 2019년 125건, 2020년 118건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393건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시장 가치 역시 2019년 4억 달러, 2020년 11억 달러였던 반면 2021년에는 5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살펴봐야 할 점은 2021년 암호화폐 M&A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 것은 스팩(특수목적취득기업,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 거래였다는 점이다. 스팩이란 기업의 인수합병 목적을 위해 설립하는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회사를 의미하는데, 오직 기업 인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다. 스팩 거래는 상장되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에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생겨난 방안이다.
PwC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진행된 M&A는 기술 개발이나 사업 확장을 위해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업이 인수를 진행한 사례가 중심이 됐다. 전체 M&A 중 해당 사례에 속하는 M&A 건은 2019년 50%, 2020년 46%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VC(Venture Capital)를 비롯한 펀드를 중심으로 하는 거래가 크게 늘어나며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업에 의한 인수 비중은 16%까지 떨어졌다.
VC와 펀드에 의한 인수는 2021년 기준 전체 M&A 중 2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M&A에 투입된 금액 역시 크게 늘어났다. 2020년 가장 큰 규모의 M&A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을 4억 달러(약 4800억 원)에 인수한 것이었다.
2021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쉬(Bullish)를 운영하는 불리쉬 리미티드(Bullish Limited)의 스팩 거래가 가장 큰 규모의 M&A로 기록됐다.
PwC에 따르면 불리쉬는 상장을 위한 스팩 기업인 파 피크(Far Peak Acquisition)와의 합병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한 기업 가치는 81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21년에 진행된 M&A 중 높은 가치를 기록한 10개의 M&A 중 4개가 스팩 거래였는데, PwC는 2021년의 스팩 거래의 총 가치는 194억 달러(23조 2300억 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21년 급성장했지만 2022년에는?
2021년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2022년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6만 8000달러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3만 달러 선까지 폭락했으며, 수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암호화폐의 겨울’이 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2021년 암호화폐 시장 성장을 통해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탈중앙화자율조직(DAO) 역시 함께 성장했으며 다소 성숙해진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비롯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나서고 있으며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자산으로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인 메이어 브라운(Mayer Brown)의 기업 및 증권 실무 파트너인 조 카스텔루치오(Joe Castellucio)는 암호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암호화폐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월가의 유력자들이 이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해 실제적이고 실행 가능한 많은 가능성을 봤다”며 “아마도 암호화폐 시장이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지면 대형 금융기관들이 그들의 디지털 자산 관련 그룹을 없앨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암호화폐 관련 M&A를 더욱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2년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 기관에 의한 규제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규제 기관이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제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대기업들에게는 M&A를 추진하기에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