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국가가 있다. 2018년과 2019년 연 100만%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베네수엘라다.
법정화폐 가치가 연이어 폭락하면 국민은 법정화폐가 아닌 다른 화폐로 거래를 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정부 추산 전체 65%의 거래가 법정화폐가 아닌 미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고 암호화폐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2022년 2월 7일 외화나 암호화폐 거래 시 높은 세금을 과세하는 '대규모 금융 거래세'라는 신규 법안을 입법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안은 향후 법정화폐인 '볼리바르'나 자체 암호화폐 '페트로'가 아닌 타 화폐로 거래를 진행할 시 최대 20%의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트로는 2018년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를 피하고자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로, 원유 생산에 연동한 공식 스테이블 코인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운영 상의 미숙으로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신규 법안은 거래 성격에 상관없이 모든 비 법정화폐 거래를 과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실상 비 법정화폐 사용량 감소를 위한 '극약 처방'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신규 법안을 통해 법정화폐 사용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에 따른 과세 비율은 정부가 정하게 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초기에는 2.5%의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규 법안이 공개되자 베네수엘라 일각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호세 토에알바(Jos Torrealba)는 "(신규 법안은) 외화와 암호화폐를 이용해 저축을 하는 국민들을 어렵게 만들고 암시장만 양성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까지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베네수엘라에서 이번 조치가 법정화폐 강화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규 법안이 '극약 처방'이 될 수 있을지, 경제 혼란만 가져다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