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는 채굴전용 칩 출시 계획에 따라 1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2월 2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새로 출시되는 채굴용 칩의 1분기 예상 매출이 5000만 달러(약 55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암호화폐 가치 상승에 따른 채굴 수요 증가는 엔비디아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4분기 엔비디아 매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약 50억 달러(약 5조 5425억 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억~3억 달러(약 1110억~3325억 원)는 암호화폐 채굴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트 크레스(Colette Kress) 엔비디아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가을에 출시된 주력 게임용 칩의 재고 유지가 어려워졌다"며 "1분기까지 제한적 공급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ETH 채굴 전용 CMP 출시…지포스 원래 주인 되찾나?
2월 19일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채굴에 특화된 엔비디아 CMP(암호화폐 마이닝 프로세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더리움 채굴의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채굴용 제품군인 '엔비디아 CMP'를 발표했다. CMP는 동영상 출력 기능을 제거한 암호화폐 채굴 전용 칩을 말한다. CMP는 공인된 파트너사들을 통해 판매되며 채굴 성능과 효율성을 위해 최적화됐다.
엔비디아 최신 시리즈 '지포스 RTX 3060 GPU'은 암호화폐 채굴 효율(Hash Rate)을 약 50%로 제한한다. 원래 게이머들을 위해 설계된 지포스 GPU가 암호화폐 채굴에 이용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엔비디아는 "특정 니즈가 있는 고객을 위한 맞춤형 제품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며 "엔비디아는 CMP를 통해 마이너들이 가장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지포스 RTX GPU는 게이머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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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아닌 '게임용' 지포스 그래픽 카드
지포스 RTX 30시리즈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그래픽 처리 장치의 한 계열이다. 지포스 20시리즈의 뒤를 잇는다. 30시리즈는 전작인 20시리즈와 출시가격 기준으로 비슷한 가격 대비 훨씬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출시 후 게임용 PC에 탑재하려는 수요가 이어졌고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엔비디아의 GPU 제품은 원래 비디오 게임용으로 설계됐지만 암호화폐 채굴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포스 RTX 30시리즈의 품귀현상은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이더리움 가치 상승에 GPU를 통한 채굴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서다.
채굴자들이 암호화폐를 채굴하기 위해 그래픽카드 사재기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데스크탑용 그래픽 카드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데스크탑 고성능 그래픽카드 공급부족이 심화되면서 그래픽카드 사재기는 노트북 시장으로 옮겨붙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은 데스크탑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가 품귀현상을 빚자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탑재된 노트북을 채굴에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에서는 채굴자들이 엔비디아(Nvidia) 그래픽카드가 내장된 노트북을 대거 구입해 채굴에 나섰다. 중국 SNS 웨이보 유저 'BTCer'는 수십 대의 노트북 사진을 게재하며 “엔비디아 최신 시리즈로 이더리움 채굴장을 만들었다"면서 "RTX 3060 그래픽카드가 암호화폐 채굴에 최적합"이라고 올렸다.
엔비디아 "채굴 칩 수요 잠깐일 수도…신중하게 접근"
지난 2017년 엔비디아는 비트코인 채굴붐에 호황을 맞았다가 2018년 암호화폐 하락장 지속으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고시장에 GPU가 대량으로 풀리면서 판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가도 30% 이상 급락했다.
그해 8월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채굴칩의 수익성이 상당히 떨어졌다"면서 관련 사업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채굴칩 수요가 단기적일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 등락뿐 아니라 이더리움의 합의매커니즘 전환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더리움은 작업증명(PoW)에서 채굴이 불필요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요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