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엘리슨이 농업 분야에서 겪은 시행착오는 산업 간 성공의 전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라클(ORCL) 공동 창업자인 엘리슨은 2012년 약 3억 달러(약 4,320억 원)를 들여 하와이 라나이섬을 매입한 후, 첨단 기술을 활용한 농업 혁신을 꿈꿨다. 하지만 8년 동안 5억 달러(약 7,2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음에도 그의 프로젝트는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엘리슨의 계획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농업과 로봇 수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초기부터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다. 라나이섬의 강한 바람에 태양광 패널이 손상되고, Wi-Fi 연결이 불안정해 최첨단 설비 운영이 어려워졌다. 또한, 이스라엘의 사막 기후에 최적화된 온실 모델을 적용했지만, 라나이의 습한 기후와 맞지 않아 작물 재배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센세이 팜스(Sensei Farms)는 일부 성과를 거두었지만, 엘리슨의 원대한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이 농장에서 생산된 상추와 방울토마토가 인근 시장과 레스토랑에 공급되고 있지만, 초기 기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잦은 리더십 교체, 계획 변경, 그리고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산업 특유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마초 재배 시설을 갖춘 후 다시 철거하는 비용을 포함한 시행착오가 조직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엘리슨의 사례는 자본력만으로는 산업 내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술과 자본이 풍부하더라도, 농업과 같은 전통 산업에서는 오랜 경험과 현장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남기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