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비트(Bybit)이 해킹을 당하면서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쳤다. 이번 해킹으로 인해 약 1.4억 달러(약 2,016억 원)의 이더리움(ETH)이 유출됐으며, 이로 인해 비트코인(BTC) 가격이 한때 4,000달러 이상 급락하는 등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보안업체 사이버스(Cyvers)에 따르면, 해커는 이틀 전 바이비트의 다중서명 콜드 월렛을 겨냥해 악성 스마트 계약을 미리 배포했다. 거래소 내부 서명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승인하면서 지갑이 공격자의 통제 아래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해커는 추가적인 서명 절차 없이 대량의 자금을 외부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바이비트 최고경영자(CEO) 벤 저우(Ben Zhou)는 해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거래소는 여전히 지급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사건 직후 출금 요청이 급증하며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은 10만 달러선을 바라보던 상승세를 접고 9만 5,000달러까지 하락했다. 주요 알트코인들도 큰 타격을 받으며 XRP, 도지코인(DOGE), 카르다노(ADA) 등이 6% 이상 급락했다.
청산 규모도 급증했다. 시장 데이터 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하루 만에 6억 달러(약 8,640억 원) 이상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가장 큰 단일 청산 주문은 HTC 거래소에서 발생해 4,580만 달러(약 66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바이비트 측은 현재 보안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섰으며, 피해를 입은 사용자들을 위한 보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번 해킹이 업계 최대 규모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