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월 소비자 물가가 예상치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냉각시켰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추이를 측정한 지수로, 미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물가지표다.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월 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했다. 직전월 3.4%에서 0.3%p 내렸지만 시장 예상치 2.9%를 넘어섰다.
전월 대비 CPI도 0.3% 상승해 직전월 기록 0.2%(←0.3%) 및 시장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해 더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리키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9% 상승하며 직전월 수준을 유지, 예상치 3.7%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월 대비 근원 CPI는 0.4% 상승, 직전월 기록 및 예상치 0.3%를 넘어 작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근원 CPI의 3개월 연율 기록은 직전월 3.3%에서 4%로 올라 물가 상승 가속화를 나타냈다.
근원 상품 물가는 전년 대비 0.3% 하락하며 2020년 7월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서비스 물가는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주시하고 있는 '슈퍼근원 물가', 즉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를 보면 물가 상승 추세는 더욱 강력했다. 전년 대비 4.3% 상승하며 5월 이래 가장 빠르게 반등했다. 전월 대비로는 0.85% 오르며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주거비, 자동차 보험, 의료비 등이 올랐고 중고차, 의류비 등은 내렸다.
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2.6% 상승하며 직전월 기록 3.4%에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직전월 0.3%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에너지 물가는 둔화하며 1월 물가 상승분 일부를 상쇄했다.
전년 대비 4.6% 하락하며 2.3% 내린 직전월보다 하락폭을 확대했다. 전월 대비로도 0.9% 하락하며 직전월 0.4%에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휘발유 물가는 전년 대비 6.4%, 전월 대비 3.3% 하락했다.
신차 물가는 전년 대비 0.7% 상승했으며 전월 대비 0.0%로 유지됐다. 중고차 물가는 전년 대비 3.5%, 전월 대비 3.4% 하락했다. 교통비는 전년 대비 9.5% 상승, 전월 대비 1.0% 올랐다.
CPI 가중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년 대비 6.0% 상승했다. 전월 대비 물가는 직전월 0.4%에서 0.6%로 상승폭을 높이며 월 물가 상승분의 3분의 2에 기여했다.
◇ 더 멀어진 금리인하...증시 하락 반응
물가 막판 작업이 더 험난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1월 CPI 결과에 2년물 국채금리와 10년물 국채금리는 빠르게 반등했다. 안정화에 들어갔던 10년물 국채금리는 4.271을 넘어 상향 추세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최근 상승 흐름을 지속했던 미국 증시는 급락 반응했다. 다우 지수 선물은 0.89%, S&P500 지수 선물은 1.19%, 나스닥 지수 선물은 1.63%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전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38% 오른 4만9591달러, 이더리움은 6.33% 오른 2646.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연준이 금리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물가 진정에 대한 추가 근거를 요구하는 가운데 확인된 높은 물가에 금리인하 시기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11회 인상을 통해 23년 최고 수준인 5.25-5.50%까지 금리를 끌어올린 상태다. 작년 6월, 9월, 11월, 12월, 올해 1월까지 금리를 동결했다.
지속적인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도 냉각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금리동결 전망은 물가 발표 전후 84.5%에서 94.5%까지 상승했다. 첫 금리인하 예상 시기도 오는 5월(52.3%)에서 6월(52.1%)로 더 밀렸다.
1월 CPI 결과에 대해 퍼스트 시티즌 뱅크 웰스(First Citizens Bank Wealth)의 시장 및 경제 연구 책임자인 필립 노하트는 "물가가 크게 상승하며 연준의 업무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연내 금리인하 전망은 유지되지만 단기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웰스파고 수석 경제학자 제이 브라이슨은 1월 CPI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면서도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물가를 더 낮게 집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준은 하나의 데이터를 기반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전체를 살필 것"이며 "5월까지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