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와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시장 지표들이 확인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내년 더욱 비둘기파적(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피벗 이후 비트코인과 기타 위험자산에 상당한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내달 13일 회의에서 금리를 기존 5.25-5.50%로 유지할 확률을 거의 99.7%로 보고 있으며, 내년 5월부터 연말까지 0.25%p씩 최소 4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더블록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유호들러(YouHodler)'의 시장 책임자인 루슬란 리엔카는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 통화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2024년 말 비트코인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엔카는 이미 긍정적인 시장 지표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때문에 USDT는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가늠자인데, 최근 암호화폐 상승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유동성이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며 지속적인 성장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피벗(pivot, 정책 전환)을 실시하고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위험자산 시장이 2024년 하반기 상당한 자본 유입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위험자산은 금리 인하가 없는 내년 중반까지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파이넥스 연구진도 연준의 통화 정책 완화가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암호화폐가 특히 이 같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연준 피벗이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약화시키고 암호화폐 같은 더 위험한 자산으로의 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준 금리 인하 시기가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와 맞물린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감기는 역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강세 이벤트였다"고 밝혔다.
반감기는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매번 상당한 가격 상승을 동반했다. 보상이 줄어든 만큼 공급량은 감소하는데 수요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 다음 반감기 예정 시기는 내년 4월이다.
반감기뿐 아니라 장기 투자자의 매집 역시 이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비트코인 공급량을 압박하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 장기 보유 그룹은 비트코인을 매집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이를 콜드월렛(오프라인 월렛)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단기 보유자 공급량은 233만 BTC로 수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암호화폐 시장 애널리스트 제이미 쿠츠는 "최근 암호화폐 강세의 배경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 "비트코인 장기 투자자의 증가가 최근 비트코인 반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초 기준 두 차례 매입 후 보유를 결정한 비트코인 주소 수가 84만4000개로 사상최대치(ATH)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300만 BTC 이상의 규모로, 전체 순환 공급량의 16%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8~10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트파이넥스도 주중 3만4500달러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을 때 6~18개월 전 비트코인을 매입한 보유자 집단의 공급 집중도를 높였지만 1~3개월 단기 보유자 공급은 크게 감소했다면서 "숙련된 투자자들은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신규 시장 진입자들은 매수 가격 아래로 떨어지거나 급락하면 패닉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17일 11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2.36% 하락한 3만656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