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 당국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연말 최종 금리 전망을 크게 높여 인상 주기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회는 6월 13일과 14일(현지시간) 진행된 정례회의 이후 성명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완전 고용과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기 위해 위원회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5.00~5.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전과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금리를 유지하고 상황을 지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까지 10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6년 최고 수준까지 올려놓은 가운데, 통화 정책의 누적 효과와 시차를 두고 경제 활동, 물가상승률, 경제, 금융 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은행권 위기가 가계와 기업의 신용(대출) 여건을 악화해 경제 활동, 고용,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줬음을 시사했다.
금리 동결을 확신했던 시장이 주목한 것은 '점도표'다. 이는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됐을 때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금리 인상 정도와 시기를 보여준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 최종 금리 전망 중간값은 5.6%로, 연내 두 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 예상치 5.4%를 크게 상회했다.
FOMC 위원 18명 중 기존 금리 유지는 2명, 한 단계 올린 5.25-5.50%는 4명, 두 단계 올린 5.50-5.75%가 무려 9명이었다.
5.75-6.00%, 6.00-6.25%를 예상한 위원도 각각 2명, 1명이다.
2024년 말 금리 전망은 4.6%, 2025년 말 금리 전망은 3.4%로 제시했다.
FOMC는 경제와 고용 시장이 통화 정책을 견딜 만큼 안정적이며 물가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 전망을 통해서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했다. GDP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3월 0.4%에서 1.0%으로 높이며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봤다.
실업률도 4.5%에서 4.1%로 낮췄다. 약간의 둔화가 있었지만 고용 시장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다.
개인소비지출(PCE) 전망은 3.3%에서 3.2%로 낮췄지만 변동성 품목을 제외한 핵심 PCE 지표는 3.6%에서 3.9%로 오히려 높여 물가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연준 의장 "먼 길 왔다, 먼 길 가기 전 멈춘 것"
30분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가 여전히 높은 데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이유, 물가 완화 조짐이 보였는데 금리를 추가 인상하려는 이유, 금리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이나 은행권 위기 등에 대해 질문받았다.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경제가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화 당국이 5.00%p 인상과 자산 규모 축소를 병행하며 상당히 오랜 기간 긴축을 진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긴축 속도, 긴축 수준, 긴축 기간 세 가지 측면을 순차적으로 다뤄야 했다면서, 초반에는 빠르게 올리는 게 중요했지만 그 다음 긴축 수준에 무게를 두면서 인상폭을 점점 줄여나갔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이 전면적인 효과를 내고 있진 않다"면서도 긴축을 빠른 속도로 오랫동안 진행해온 만큼 통화 정책의 외부 시차와 신용 여건의 잠재 역풍을 고려하기 위해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추가 긴축 정책을 펼칠 가능성, 금리를 더 인상할 확률이 높다"며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굉장히 먼 길을 왔기 때문에, 나중에 더 높아질 수 있지만 더 완만하게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금리 동결이 최종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준 의장은 물가가 작년 중반 이후 어느 정도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을 멈추기에는 개인소비지출(PCE)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근원 물가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경제가 상당히 둔화됐지만 여전히 완만한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비자 지출 역시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통화 당국은 올해 말 3.2%, 2024년 2.5%, 205년 2.1%로 점진적인 물가 개선을 전망했다.
연준은 추세를 하회하는 경제 성장세와 함께, 상품 부문의 공급 여건 개선, 주택 서비스 부문의 신규 임대료 하락, 주택 외 서비스 부문의 임금 상승률 둔화 등 어느 정도 물가 완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추세의 '지속성'을 지켜봐야 하며 완화 요소들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긴축 정책 초기보다 물가가 느리게 변하고 있고 각 부문마다 반영 시점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기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둔화된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높은 금리로 인해 주택 부문과 기업 고정 투자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은 여전히 과잉 수요 상태지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에 그에 따른 물가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은행권 리스크에 대해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된 은행들이 손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금리 부담에 따른 은행권 악화 우려에는 "연준은 금융 안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면서 "신용 여건과 거시경제 반응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답했다.
◇ 강성 매파 '점도표'에 놀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연준이 강력한 통화 긴축 신호를 보내면서 주식 시장은 즉각 급락했다가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일 대비 0.68% 하락했다. S&P500 지수는 0.08%, 나스닥 지수는 0.39% 상승 마감했다.
규제 악재로 고전했던 암호화폐 시장도 하락 반응했다. 금리 발표까지 2만6000 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발표 직후 3% 하락하며 2만4990 달러선까지 급락했다.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5% 내리며 1650 달러까지 미끄러졌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26일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 0.25%p 인상할 확률은 64.5%, 동결할 확률은 35.5%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