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통화 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와의 공동 논문을 통해 "연준이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강력한 회복력을 보여온 고용 시장의 둔화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이 얼만큼 상승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진 않았다. "연준이 극심한 경기 위축 없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업률이 여전히 지속 가능한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물가 기대치가 다소 높은 상황"이라면서 "연준이 물가상승률을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경기 둔화'는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수석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버냉키는 논문에서 "지난해 여름 40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물가는 진화했다"고 밝혔다.
초반에는 소비자가 경기부양책을 이용해 서비스에서 상품으로 소비를 전환하면서 공급이 정체되고 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높아진 물가를 따라잡기 위한 임금 인상이 물가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연준이 실업률이 3.4%에 달하고 근로자당 약 1.6개의 일자리가 있는 고용 시장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 시장의 과열에서 기인한 물가상승분은 고용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적 조치를 통해서만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논문에서 통화 당국이 물가상승을 너무 오래 방치하는 것에 내재된 위험과 물가 기대치에 미치는 영향도 다뤘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처음 목표치를 넘어가기 시작했을 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 채권 매입 축소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약 1년 만인 지난해 3월 금리인상에 돌입했다.
연준은 이후 기준금리를 총 10번에 걸쳐 5%p 인상, 16년 만에 최고 수준인 5.00-5.25%까지 끌어올렸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수조 달러의 정부 지출, 제로 금리, 5조 달러에 가까운 연준의 채권 매입이 결합돼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물가 왜곡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하버드 대학 경제학 교수는 "잘못의 크기는 2021년 재정 정책이 더 크지만, 통화 정책은 더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