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 엔씨, 넥슨, 넷마블 일명 3N을 포함한 중·소형 게임사들이 너도 나도 블록체인 및 웹3, 플레이투언(P2E)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또 자체 코인 발행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활용해 자사 게임과 연동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침체되는 시기를 겪으며 게임사들도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토큰포스트 취재 결과, 게임사들은 겉으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지만 블록체인 및 웹3, P2E 사업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지는 현재 게임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및 웹3, P2E , 메타버스 사업 등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시아 게임 시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접목이 수월한 캐주얼 게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위주의 시장으로 블록체인 게임이 개화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일본이 그 뒤를 따라오고 있다.
쟁글에 따르면 "다양한 웹(Web)2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진출 이유는 크게 신성장동력의 확보, 토큰을 통한 신규 자금 유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 게임 전략으로는 레이어(Layer)1부터 탈중앙화 앱(dApp)까지 블록체인 생태계의 A to Z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밸류체인 내에서 발생하는 가치 최대한 획득하는 방식이 있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AAA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대형 게임사들이 이 전략을 택한다.
게임 업계 3N으로 불리우는 넷마블, 넥슨 또한 이 전략을 택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플레이투언(P2E) 게임에 선을 그었다.
◇ 넷마블, 블록체인 분야 큰 투자 없어...'모두의 마블2'로 신(新) 블록체인 게임 구현 중
넷마블은 전세계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보드게임인 '모두의마블' 후속작인 '모두의 마블2' 출시를 앞두고 있다. 모두의 마블2는 메타버스 기반 부동산·보드 게임이다.
오는 19일 정식 출시되는 모두의 마블2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P2E게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
본지 취재 결과, 넷마블은 블록체인 게임 자체에 큰 투자를 한다기 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는 방향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IP 게임이 있는 게임사 입장에서 개척 단계인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모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넷마블 측은 모두의 마블2를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블록체인 게임'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메타버스 기반으로 된 블록체인 월드 내에서 건물을 사고 팔 수 있고, 원작의 보드게임 요소의 재미는 가미가 된 블록체인 게임이라는게 넷마블 측 설명이다.
하지만 '모두의 마블2는 지금까지의 블록체인 게임과는 결이 다르다'는 넷마블 측의 설명을 게임을 통해 확인하고 싶을 국내 유저들에게 얼마나 친절한 서비스로 다가올 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는 향후 서비스가 된다고 해도 P2E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암호화페 요소를 뺀 게임이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 측은 "게임이 출시되고, 잘 운영이 돼서 마브렉스 생태계에 이용자들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 이용자들에 국내 게임 유저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서비스 이용자들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모두의 마블2를 즐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국의 P2E 게임 규제라는 법 망 안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십분 이해하지만 글로벌 사전 접수를 이미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용자들을 위한 이벤트는 찾아볼 수 없다.
P2E 서비스가 국내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글로벌 출시한다는 안내문도 없는 상황이다.
넷마블 담당자는 기존 모두의 마블에 붙었던 '사행성 논란'에 대해 묻자 "블록체인이 게임에 적용이 된다는 건, 게임 아이템 게임 내에 있는 재화 자산이 소유권 자체가 이용자에게 귀속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모두의 마블2는 유저에게 소유권을 주는 방식이다. 유저들이 소유한 자산의 가치가 높아져야 유저들이 더 많이 들어와서 게임을 즐길 것이고 그래야 인 앱 매출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익 모델을 추구하는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저들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 넷마블, 넥슨 '메이플스토리'에 우위 자신...'부동산·암호화폐'로 차별화
넷마블은 모두의 마블2가 블록체인 게임에 새로운 생태계를 열 것이라고 자신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타사의 경우 아이피가 굉장히 강한 것들이 많이 있다. 넥슨의 경우 메이플스토리가 굉장히 강하다.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메이플스토리를 가지고 확 치고 나갈 수는 있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 예전처럼 출시 계획을 공개한다고 해서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넥슨 보다 우위를 자신했다.
모두의 마블2는 기존 모두의마블 게임과는 다르게 보드게임 뿐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콘텐츠가 추가됐다. 기존 주사위 대신 주사위 카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며, 상세 플레이 방법은 추가 정보나 출시 이후 확인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은 실제 도시 기반을 구현했다고 한다. 도시 내에 나만의 건물을 만들어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부동산도 거래할 수 있다.
기존 게임과 다른 차별점은 게임 재화에 '암호화폐'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보유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암호화폐로 교환해 수익화 할 수 있다. 단, 암호화폐가 있는 만큼 국내에선 서비스되지 않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만큼 모두의 마블과 게임 방식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사위가 아닌 주사위 이동 카드를 활용하여 움직이는 것으로 주사위 카드 내 더블/점프 등이 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달 8일부터 사전 예약이 시작된 상태로, 국내엔서도 페이지 접속은 가능하지만, 사전 등록 버튼을 누르면 '서비스 가능 지역이 아닙니다'라는 메세지만 확인된다.
◇ 지난해 적자 전환한 넷마블 '모두의마블2'로 올해 영업실적 개선 가능할까...'사행성' 논란은 여전
넷마블의 연매출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2022년에는 매출 2조6734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의 성장을 이끈 것은 모바일 게임이었다. '다함께 차차차'와 '모두의마블' 같은 캐주얼 게임부터 '리니지2 레볼루션' 같은 MMORPG까지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흥행시켰다.
다만 지난해 영업실적은 부진했다.
최근 넷마블은 실적발표를 통해 10년만에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2조6734억원, 영업손실 10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 늘었지만, 수익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이유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신작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스핀엑스 인수 등 각종 비용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 비중의 84%를 차지하는 해외부문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 및 연간 누적매출은 각각 5810억, 2조2483억원으로, 이는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수치이다. 해외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해외 매출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야심차게 내놓은 출시작 모두의마블2가 2억명이 즐긴 원작 모두의마블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구조라면 모두의 마블2 출시가 영업실적 개선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올해 영업실적이 개선된다면 중국 진출 모멘텀이 부각된 데에 대한 결과일 확률이 높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5일 올해 넷마블의 매출액이 2조9000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는 넷마블은 올해 다수의 글로벌 신작 출시로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은 2분기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캐주얼 모바일PC게임 '모두의마블2:메타월드', 3분기 모바일·PC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 9종의 신작을 출시한다. 또 중국 시장에도 'A3:스틸 얼라이브' 등 4종의 게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해는 신작 출시 지연 및 출시작 흥행 부진으로 미흡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위기 상황에서 인력과 비용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선별된 프로젝트 중심으로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기대 신작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행성 논란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다.
초창기 '모두의마블 for kakao'은 한때는 순수한 운에 맡기고 이벤트에서도 사행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과한 현질 유도, 사행성을 유발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하는 등 사행성 게임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오명을 남겼다.
◇ 엔씨소프트, P2E보다 '메타버스'에 집중...P2E와 선 긋지만 '엔씨웨스트' 통한 우회투자 지속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2023'(GDC 2023, 이하 GDC 2023)에 참가한 국내 게임사들의 화두는 '블록체인'이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와 넷마블, 넥슨, 컴투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게임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들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 전략으로 '인공지능'(AI)을 앞세웠다.
GDC 2023에 참가한 위메이드·넥슨·넷마블 등의 게임사가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게임시장을 공략한 것과 다른 행보다.
엔씨소프트는 가상인간 기술, 메타버스 등 좀 더 포괄적인 게임 기술에 집중했다.
위메이드, 넥슨, 넷마블이 블록체인 게임을 알리는 단독 무대를 꾸린 반면, 엔씨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GDC에서 열린 에픽게임즈의 '스테이트 오브 언리얼'(State of Unreal) 세션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이는 에픽게임즈가 언리얼 엔진의 새로운 툴과 기술을 파트너사와 함께 선보이는 행사로, 윤송이 엔씨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무대에 올라 '프로젝트M'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실제가 아닌 가상인간으로 참가자들 앞에 등장해, 신작의 세계관과 플레이 콘셉트를 설명했다.
가상인간으로 등장한 김택진 대표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이 자체가 엔씨가 국내 대형 게임사들과 달리 현 단계에서는 블록체인 게임보다 'AI기술'에 더 집중한다는 메세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영상 속 디지털 휴먼은 엔씨의 AI 기술에 아트, 그래픽 등 비주얼 기술 역량을 결합해 제작됐다. 영상의 모든 대사는 특정인의 목소리, 말투 등을 담아 입력된 텍스트를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생성하는 AI 합성 기술인 '텍스트 투 스피치'(TTS, Text-to-Speech)로 구현했다.
윤송이 엔씨 CSO는 "프로젝트M은 엔씨소프트의 혁신적인 AI와 그래픽 기술력을 집약해 개발 중인 신작"이라며 "언리얼 엔진5에 엔씨의 AI 기술력을 더해 프로젝트M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M은 엔씨가 개발 중인 인터랙티브 요소 기반의 액션 어드벤처 신작으로, 콘솔 플랫폼 게임이다.
하지만 이번 GDC 2023에서 윤송이 CSO의 발표 어디에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엔씨, 국내 유통 금지인 P2E 관심 없어...시장 안정화 이후 준비 중이라는 예측도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를 필두로 블록체인을 연계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P2E 게임에 대해 처음부터 선을 긋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위메이드는 GDC 2023에서 미르4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가능성을 엿봤고 타사 게임도 P2E로 변환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블록체인 기술 개발, P2E 연계가 가능하게끔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자 양성 등도 언급하며 아직 시작 단계인 관련 시장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투자 의지를 보였다.
단순한 방식의 게임이 대부분이었던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 정통 MMORPG의 매력을 갖춘 게임을 선보이면서 파급 효과를 내고 있는 위메이드와 이미 성공한 MMORPG IP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방향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는 P2E 게임이 불법으로 규제를 받는다.
법원이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버는 P2E 게임에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지난 1월 P2E 게임이 국내 유통 금지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게임사 나트리스가 게임위를 상대로 낸 등급분류결정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나트리스가 개발한 무돌삼국지는 게임을 하면 무돌이라는 토큰을 얻을 수 있고, 이를 다른 가상화폐로 교환해 현금화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무돌토큰은 게임산업법이 금지하고 있는 경품제공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게임위)의 등급분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P2E 게임으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대형, 중견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게임 모델인 P2E가 국내에선 불법일 뿐더러 기존 자사 게임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 그 위험성을 부담하면서 블록체인 게임에 직접적인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 엔씨,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에 집중...블록체인 연구개발·해외 지사 통한 우회 투자 강화
엔씨는 공개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게임'보다는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에 활용도가 높은 'AI기술 및 가상인간 기술' 등에 더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첫 공개된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miniverse)에서 채용 설명회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5월 김택진 대표가 메타버스를 회사의 비전으로 제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만의 메타버스를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최전선에 있는 직원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비전"이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가 P2E 게임에 선을 긋겠다고 발언한 이후 여전히 엔씨는 P2E 게임 활성화나 투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게임 및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때인 만큼 관련 기술 투자에 집중하며 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GDC 2023 발표를 통해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얻은 재화나 아이템을 가상자산 등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P2E 게임, 일명 돈 버는 게임과는 다시 한 번 확실한 선을 긋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엔씨 관계자는 "우리는 돈 벌 목적으로 게임 생태계에 들어와 돈만 먹고 나가는 유저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계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엔씨 관계자는 "MMORPG 장르가 주력인 엔씨의 경우 P2E 게임을 도입하면 기존 게임의 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을 최소화 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는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실제로 대체불가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선 미래 기술 확보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북미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여러 투자나 파트너십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록체인 관련해서 미래 기술 확보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본사에서도 전략적 투자는 진행하지만 외국의 경우 북미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여러 투자나 파트너십 확보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단, 구체적인 투자나 파트너십 확보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공개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아직 불투명한 시장 상황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바로 자사의 메인 게임을 적용할 필요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개적으로는 P2E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관련 기술 투자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시행착오 등의 비용은 부담하지 않고 시장이 안정화되고 검증 과정을 마친 이후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갖춰진 판에 들어가겠다는 이기적인 심보로 비춰질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20년 넘게 '리니지' 시리즈로 메타버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이미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를 쌓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엔씨소프트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게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시각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임업계에서 유일한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를 향한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김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엔씨소프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지난달 강남 토즈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한 가족경영이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전초기지인 엔씨웨스트홀딩스가 7년씩이나 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엔씨웨스트홀딩스를 이끄는 윤송이 사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웨스트홀딩스는 엔씨소프트가 북미·유럽 등 서구권 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설립한 북미법인으로 이곳을 통해 엔씨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투자를 하고 있다.
엔씨웨스트홀딩스는 윤 사장이 대표를 맡은 2015년 약 2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6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잠깐 흑자로 전환했으나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위 학회장은 "윤송이 사장이 몇 백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기업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그러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만있었을 뿐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족경영에서 벗어나 전문경인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위 학회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지켜보면서 1세대 게임사 수장이 시급히 교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은 충분히 세대 교체가 가능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엔씨는 우회적으로 블록체인 투자를 하고 있는 '엔씨웨스트홀딩스'와 그곳을 맡으며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윤송이 사장으로 인한 '책임경영 부실' 논란에 답을 내려야 할 때다.
◇ 넥슨, 20년 역사 메이플스토리로 'NFT 가상세계' 구축에 집중
게임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넥슨은 전세계에서 1억8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만들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NFT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유무형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상세계다.
넥슨 측은 "메이플스토리 IP 기반으로 '메이플스토리 N' 등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NFT 기반 생태계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구축해 한 단계 더 진보한 가상세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서 사냥이나 퀘스트 등 게임 플레이를 통해 생성되는 모든 NFT는 이용자에게 디지털 소유권이 주어지며, 생태계 공간 안에서 자유로운 거래와 이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메이플스토리는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대한민국 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플스토리는 각종 업데이트와 그래픽 상향 등으로 여전히 인기 있는 게임이다. 그 기록을 살펴보면, 2003년 4월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2011년 레전드 업데이트 당시 62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출시 이후 최대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2020년 1월에는 PC방 점유율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넥슨은 향후 메이플스토리 IP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고 말하며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비전을 GDC 2023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넥슨 측은 "메이플스토리 IP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들에게도 인기 있는 게임으로 자리잡으려면 블록체인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블록체인 기술 위로 메이플스토리를 옮겨 모든 아이템을 NFT화 가능한 환경으로 구축할 수 있다. 게임의 경계를 크리에이터 2차 창작 등 다양한 파생 활동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아이템 발행 수량 통제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득템의 재미를 더욱 강화하고 진보된 가상세계를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넥슨은 이같은 메이플스토리와 블록체인의 결합을 GDC 2023에서 선보였다. 황선영 그룹장은 지난달 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GDC 2023에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블록체인을 통한 핵심 MMORPG 경험의 완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황 그룹장은 "팬들에 의해 생겨나는 파생활동을 즐기는 것도 게임 플레이 연장선 역할을 한다. 캐릭터나 장비 등 게임 플레이로 만들어진 아이템이 NFT화 되어 게임 밖으로 사용처를 확장해 2차 창작, 파생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파생활동에 사용 가능한 환경을 만들면, 아이템의 가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NFT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NFT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 N 월드, 외부 NFT까지 연동해 참신한 아이디어로 각종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탄생할 수 있는 개발 도구인 메이플스토리 N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넥슨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보상 구조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생태계를 키워 나가는 구조다. 넥슨 측은 "이러한 구조이기 때문에 자생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넥슨은 각 주체들의 활동에 대해 기여를 측정하고 자체 발행 예정인 코인을 통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부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안에서 개발진은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크리에이터는 각자의 파생 활동을 통해 NFT 생태계에의 사용처 확장에 기여하고 수익을 나누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4분기 실적' 성과 냈지만 소극적인 투자는 여전한 문제
넥슨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를 통칭하는 3N 중 유일하게 넥슨이 매출의 성과를 냈지만 블록체인 게임은 당장의 수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장기적인 관점만 보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넥슨은 지난해 4분기 매출 7783억원, 영업이익 1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269% 상승했다. 연간 매출은 29% 늘어난 3조 3946억원, 영업이익은 13% 오른 9952억원을 기록했다.
넥슨 홍보팀 관계자는 "넥슨블록을 통해 오랫동안 준비 했지만 블록체인의 대한 투자와 진행사항에 대해서는 일체 얘기해 줄 수 없다"며 "내부에서 정리가 되면 향후 공개 하겠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 블록체인 접목 게임도 해킹 가능해, 해킹 대비책 마련 요구
넥슨이 블록체인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한다고 GDC 2023에서 발표하고 나섰지만 해킹에 대한 뚜렷한 대비책은 없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기술 또한 완벽한 보안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해킹의 위험성이 있다.
지난 1월 중순에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클라이언트가 종료되거나 접속이 지연되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이는 최근 넥슨에서 발생했던 서비스 게임 공통 시스템 장애의 원인이 DDoS(디도스) 공격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오전 4시45분 전후로 복구가 진행됐으나 '마비노기'와 '일랜시아' 등 게임의 경우 문제가 발생한 뒤 6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이용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지난해 7월에도 외부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서비스 게임에서 강제 종료가 발생하거나 접속이 불가 처리되는 현상을 겪은 바 있다.
위정현 학회장은 "온라인 게임 등장한 이후 해킹이 취약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라며 "블록체인을 접목 안하더라도 해킹을 막을수 없기 때문에 해킹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넥슨, 자체 코인 발행 이후 러그풀, 사행성 이슈 관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편, 글로벌 NFT-P2E 게임시장 내 상당수에서 코드 저작권 침해와 탈중앙화 조직(DAO) 운영과정에서의 논란이 있어왔다. 러그풀이라 불리는 '먹튀' 사례도 있따르고 있다. 이에 중앙화된 방식으로 게임을 운영하고 단순히 코인을 벌어가는 게임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게임이 지닌 현실적인 한계에 넥슨 측은 "현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아이템 저작권 문제가 존재한다"며 "게임사가 수년동안 개발한 코드, 뿐만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가 있어 DAO를 통해 게임사를 바꾸는 것 또한 쉽지 않다"며 "이에 블록체인의 온전한 가치를 반영한 게임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엔씨의 한 블록체인 개발자는 "유저와 관리자가 함께 서명하는 형태로 신뢰구조를 갖춘 게임 아이템을 발행하는 형태, 더나아가 게임 저작권을 가진 원소유자를 확인하는 방식을 적용해 저작권 이슈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넥슨은 게임에 NFT를 접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확률아이템과 사행성 이슈에 휘말리지는 않는다"며 "블록체인을 접목해도 당장에 수익은 나지 않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리지니 같은 경우 아이템을 거래소에서 거래 하는데 NFT를 붙인다고 달라질게 전혀 없다"며 "우리나라나 해외에서도 법에 접촉 되거나 논란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 회장은 "NFT를 게임에 접목하게 된다면 소유와 관리의 이슈가 생긴다"며 "게임 서버 관리도 넥슨 마음대로는 하지 못할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넥슨이 자체 코인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블록체인 게임 시장 진출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넥슨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말한 셈이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이 자체 가상자산을 개발해 발행할 계획"이라며 "거래소 상장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넥슨 측은 자체적으로 체인을 만들지 아니면 다른 체인을 쓸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큰 홀더는 유저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만큼 넥슨에 토큰 이코노미를 정교하게 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탈중앙적 조직인 만큼 게임사와 유저 간의 원활한 소통이 핵심 관건으로 보인다. 기존 게임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NFT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서비스를 어떤 모양으로 제공해 나갈지 시장과 업계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 위정현 게임학회장 "3N 비롯한 국내 게임사, P2E 게임 할 만한 역량 없다"...글로벌 시장선 P2E 소멸상태
위메이드, 넥슨, 넷마블,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P2E 게임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교수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3N을 비롯한 국내 게임사들이 P2E 게임을 할 만한 역량이 없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P2E 게임이 국내에 합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네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완전한 게임 내 캐릭터나 확률형 아이템 판매 금지를 뜻하는 FREE to PLAY의 실현, 청소년의 진입 금지, 게임 내 경제와 가상화폐의 안정적 유지, 게임 신규 글로벌 IP 개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이 네 가지 중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위 교수에 따르면, P2E 방식은 유저를 약탈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P2E 방식이 아니라 게임 생태계를 위해선 공헌하는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메타와 유튜브의 성과 공유 방식처럼 게임 생태계를 위해 공헌하는 이용자에게 보상이 제대로 돌아가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레이 하면서 돈을 버는 것'(Play to Earn)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pay (users) to Earn)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게 위 교수 측 주장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P2E는 하향세가 아니라 거의 소멸상태이기 때문에 동력도 없다"면서 "기존에 있는 투자 정책을 안 하겠다고 하면 임원 자리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안 돼도 일단은 한 번 발을 들였으니까 하는 데 까지 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토큰포스트 블록체인 게임 기획 ②] 중소게임사 P2E 전망, 국내규제·실적악화로 밝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