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 Ratings)는 지난해 암호화폐 기업의 연쇄 파산이 산업 위험성을 부각시키면서 규제 강화 움직임을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16일(현지시간) 피치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명확한 암호화폐 규제 체계가 없어 업계 내 사기, 시장 조작 등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기관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제한적이고 파편화된 규제 체계 ▲극심한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 ▲법적 복잡성 증가 ▲상대방 리스크 ▲자산·부채 집중화 ▲사기 등, 암호화폐 기업 리스크와 등급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사안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쇄 파산과 시장 압박 상황을 겪으면서 거래처 집중화, 기업 연계, 수탁 자산 취급 문제 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부 평가 및 정량화가 어려운 리스크 관리 정책과 제어 체계, 기업 운영 효율성 같은 질적 요인도 중요도가 높아졌다"고도 밝혔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 혼란이 은행권까지 영향을 주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는 "은행 자본 요건과 규제 제약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 거래, 대출, 수탁 제공 등을 틍해 은행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실효성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제가 없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으로 암호화폐가 침투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실버게이트 은행(등급 미지정)과 시그니처 은행(BBB+ 등급) 등 암호화폐 기업의 예금 집중도가 높았던 일부 은행이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버게이트 은행은 예금 상환을 위해 증권 포트폴리오까지 일부 청산하는 중대한 손실을 입었다.
피치는 "암호화폐 투기성과 높은 가격 변동성이 상황을 악화시켰지만, 고객·산업군 집중도는 금융기관 위험 및 신용등급 평가 시 상당히 일반적인 제약조건"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발생한 암호화폐 시장 혼란이 입법 활동을 촉진하고, 규제기관이 더 강력한 규제 수립 권한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법 위반 혐의로 대형 암호화폐 플레이어에 집행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 미국 은행 감독 당국들은 지난달 공동 성명을 내고, 은행의 암호화폐 이용 위험성을 경고한 점 등을 언급했다.
피치는 "정식으로 규제를 수립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는 암호화폐 활동을 억제시키는 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신용평가사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혁신과 경제적 잠재 효용을 가진 스마트 컨트랙트를 투기적인 비담보 토큰 활용 사례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치는 "민간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토큰의 활용 사례는 대부분 불분명하다"면서도 "거래 가능한 자산의 토큰화와 블록체인 기반 거래·투자 전략은 기존 송금·결제망을 혁신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에서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거나 하지만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의 바이낸스USD(BUSD) 발행 중단 사례처럼 규제 제재가 있을 경우 효용성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