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으로 인해 거래소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면서 대규모 인출이 발생하고 있다.
코인글래스 통계에 따르면 17일 하루 거래소의 비트코인 인출량이 2만6000 BTC를 기록했다. 이달 7일 이후 열흘 만에 22만 BTC가 빠져나갔다.
18일 오전 8시 10분 기준 거래소에 남은 비트코인 물량은 187만 BTC 상당이다. 지난 7일 211만 BTC를 기록한 이후 1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거래소에 보관된 비트코인 물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투자자가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수탁(self-custody) 채널로 보유 자산을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거래소 계좌에 보관된 자산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같은 대규모 인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 물량이 가장 크게 급감한 시점은 FTX 거래소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처음 인출을 중단한 8일과 거래소가 최종 파산 보호를 신청한 11일이다. FTX에 남은 비트코인 물량은 6.74 BTC로 기록되고 있다.
사진=거래소별 비트코인 입출금 현황 / 출처 코인글래스
어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기관급 암호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 글로벌과 협력해 '언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다.
제네시스는 FTX 거래 계좌에 1억7500만 달러(한화 약 2325억원)가 묶여 대출 상환 및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대출 중단을 발표하기 전까지 10억 달러 규모의 긴급 대출을 모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미니의 언 프로그램 인출 문제가 드러나자, 하루 만에 기존 물량의 10%를 넘는 2만4229 BTC가 빠져나갔다. 현재 제미니에 남은 비트코인 물량은 16만4146 BTC 수준이다.
지난주 미국 거래소 크라켄에서도 상당한 비트코인 인출이 발생했다. 하루 만에 7559 BTC, 일주일 만에 2만4198 BTC가 인출되면서 7만321 BTC가 남았다.
현재 가장 많은 비트코인 물량을 가진 거래소는 52만9425 BTC를 보유한 코인베이스, 48만2091 BTC를 보유한 바이낸스다.
최근 24시간 동안 코인베이스에서 3221 BTC가 빠져나간 반면, 바이낸스에는 24744.84BTC가 유입됐다.
FTX 파산은 특히 '중앙화' 운영에 대한 불신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기준 데이터 분석 플랫폼 난센에 따르면 바이낸스, OKX 등 대형 중앙화 거래소(CEX)에서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프로토콜에서는 대규모 자금과 이용자 유입이 확인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제니 존슨 프랭클린 템플턴 CEO도 "FTX 사태의 영향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이동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