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야당 국회의원이 '블록체인 특구' 설립을 표방한 부산광역시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소 의원은 "부산시가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특구가 되기 위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운을 뗐다.
부산시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라는 비전에 따라 공격적으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3월 10일 열린 정책발표회에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디지털 밸리 조성,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활성화, 디지털 융·복합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을 디지털 혁신을 실현하기 위한 4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후 부산시는 지난달 부산을 방문한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장펑차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에프티엑스(FTX)와도 협약을 맺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을 블록체인 특화도시, 글로벌 디지털금융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해외 거래소들도 부산을 통한 한국시장 진출을 기도하고 있다. 바이낸스와 FTX는 부산에 지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글로벌의 국내 법인 '후오비 코리아'는 지난달 부산시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 추진을 위해 손을 잡았다.
후오비 코리아는 올해 안으로 부산시로 본사를 이동하고 본격적으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바이낸스, FTX와 함께 '부산 디지털 거래소' 설립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후오비 코리아를 바라보는 국내 가상자산 업계와 이용자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2019년 1월 후오비 코리아는 원화 마켓을 오픈했다. 당초 실명 계좌를 지원한 원화 마켓을 약속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결국 법인계좌를 이용해 원화 거래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실명 계좌 지원을 섣부르게 약속했다며 논란이 제기됐다.
후오비 코리아는 원화마켓 폐쇄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원화 마켓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많지 않은 거래량이 발목을 잡았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있어 거래량은 수익과 성장이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후오비 코리아는 지난해 9월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25개사 중 거래대금 감소율이 72.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들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화마켓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나오는 데다 대부분의 거래가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탓에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버티더라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동반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부산시는 통합거래소 설립 계획을 밝히며 부산시로 이전하는 거래소들에 부산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을 도울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후오비 코리아를 비롯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부산 이전 이후 새로운 실명계좌 확보를 기대하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외에도 해외 거래소 유치에 앞서 국내 거래소와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서 지난달 개최된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에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해외 대형 거래소가 부산에 들어올 경우 국내 거래소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 의원은 "만약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설립된다면 국내 거래소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얻게 된다"며 "금융위에서 이에 관여하는 바가 전혀 없는가"하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는 부산광역시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계약을 맺는 데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향후 거래소 신고가 이뤄지면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심사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