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수출 규제로 반도체 직격타…엔비디아·AMD '최대 7조 손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다시 한 번 기술주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엔비디아(NVDA)와 AMD(AMD)가 발표한 규제 관련 비용 전망이 반도체 업계를 강타하며,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엔비디아와 AMD가 각각 최대 55억 달러(약 7조 9천억 원), 8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전망한 가운데, 반도체 및 기술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 조치의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에 있다. 엔비디아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H20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수출을 위해 별도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H20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수출 규제의 기준에 맞춰 설계된 제품으로, 대역폭과 연산 능력을 제한한 모듈형 칩이다. 특히 해당 제품은 AI 모델 개발을 위해 중국 스타트업들이 활용하는 주요 칩으로, 지난해 엔비디아의 매출에 120억~150억 달러(약 17조 2천억~21조 6천억 원)까지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AMD도 MI308 GPU의 중국 수출 중단과 관련해 8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 규모의 감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SEC에 알렸다. 두 기업의 이 같은 전망은 향후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기업 전반에 리스크가 될 것이란 시각을 시장에 심어줬다.

이번 조치는 단지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6%, 7% 하락했으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마벨 테크놀로지(MRVL), 브로드컴(AVGO)도 2% 안팎의 하락을 기록했다. 반도체 전반에 투자하는 VanEck Semiconductor ETF 역시 4% 이상 하락하며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이번 여파는 애플(AAPL), 메타플랫폼스(META), 아마존(AMZN),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대형 기술주와 테슬라(TSLA), 알파벳(GOOGL) 등으로 번지면서 나스닥 지수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더해, 네덜란드의 ASML이 전날 발표한 실망스러운 실적도 시장 불안을 심화시켰다. 회사 측은 매출과 수주 실적이 예상을 밑돈다며, 그 원인으로 "관세로 인한 수요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 발표 이후 ASML의 주가는 7% 넘게 떨어졌고, 이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와 램리서치(LRCX) 같은 반도체 장비 기업 주가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

한편, 백악관은 기술제품 중 일부 예외 조치를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시적 조치가 영구적 유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향후 일주일 안에 새로운 반도체 관세와 희귀 금속에 대한 추가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며 긴장감을 키웠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무역 정책이 테크 기업의 공급망 불확실성을 가중시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은 물론 글로벌 IT 시장 전반에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추가 규제 여부, 미국 기업의 수출 다변화 전략,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조정이 산업 전반의 회복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