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추가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엔비디아(NVDA), AMD(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장 초반 각각 6% 이상 하락했다. 브로드컴(AVGO)도 4% 가까이 빠지며 낙폭을 키웠다. 이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 가까이 급락했고, 반도체 섹터 전반이 흔들린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AI용 H20 칩과 AMD의 MI308 칩을 포함한 특정 반도체에 대해 수출 면허 획득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이들 제품도 더 이상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컸다. 미국 상무부 측은 "이 조치는 미국 기술이 중국의 슈퍼컴퓨터나 군사적 목적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조치로 인해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약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의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업 실적뿐 아니라 향후 수출 전략에도 상당한 제약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AMD 또한 최대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비용 정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혀, 두 기업 모두 재무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단지 개별 기업의 실적에 그치지 않고 미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대외 전략과 수출 시장 구조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기술의 수출 제한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중국 내 자립화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오는 5월 2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이번 발표에 따라 투자자들의 반응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반도체 수출 규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향후 추가 조치 여부 및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술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