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하락 상황에서 자금 인출 중단, 파산 위기를 피한 대출업체 블록파이의 창립자이자 CEO인 잭 프린스가 26일(현지시간) 투자 매체 배런스(BARRON'S)를 통해 암호화폐 겨울 동안 생존할 수 있는 3가지 방안을 공유했다.
그는 지난해 말 누구도 지금의 거시경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는 동안 블록파이가 겪은 위기 상황도 공유했다.
◇암호화폐 시장, 2008년 금융위기 재현 중
2021년 11월 비트코인은 신고점을 경신했고, 전체 시장 규모는 3조 달러에 달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빅테크 일자리 증가세를 4배나 앞지르고 있었다.
잭 프린스는 "블록파이는 플랫폼 내 자산과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해 직원을 전 세계 850명까지 늘렸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거품이 터지기 직전이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글로벌 경제 및 중앙은행과 분리되도록 만들어졌지만,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채택하면서 전통 시장과 깊이 얽히게 됐고, 러시아 전쟁과 통화 긴축 정책은 두 시장의 가격 하방 압력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블록파이 CEO는 이번 약세장이 2008-2009년 금융위기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암호화폐는 전에도 심각한 가격 변동을 보인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매 시장이었다"면서 "이번에는 대규모 기관 레버리지가 들어와있고, 전례 없는 수준의 청산과 시장 파급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례 없는 뱅크런에 경쟁업체 줄줄이 도산
올해 초여름 블록파이가 겪은 시장 위기를 공유했다. 블록파이 CEO는 "지난 6월 다른 중앙화 금융(CeFi, 씨파이)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자금 인출)이 절정에 달했다"고 밝혔다.
블록파이도 일주일 만에 고객 자금의 10%가 플랫폼에서 빠져나갔지만 모든 인출을 처리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인출 중단에 들어갔고, 현재는 최종 파산하며 막대한 자금 손실을 본 상태다.
잭 프린스는 블록파이가 유동성 보존, 수익성 확보, 고객 자금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했으며, 그 중 하나가 대형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3AC)'에 대한 마진콜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3AC의 대출은 초과 담보 상태였고, 마진콜에 대응하지 못해 결국 청산됐다.
이어 블록파이는 점진적인 20%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잭 프린스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지만, 더 적은 규모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블록파이는 2023년 최대 2억4000만 달러에 인수되는 조건으로 FTX에서 4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협상해냈다. 그는 "FTX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든 고객 자금을 위해 구조화됐다는 점과 65만 명의 고객 이익을 위해 블록파이의 대차대조표를 강화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생존 전략 3가지
블록파이 CEO는 "암호화폐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시장과 마찬가지로 금융위기의 순간에 있다"며 "불확실한 자본시장 변동성 때문에 부실 기업과 생존 기업을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금융위기를 '7배나 오를 S&P 500 지수를 매수할 기회'로 기억하고 있다"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비슷한 지형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시장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을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생존 전략 3가지를 공유했다. 블록파이 CEO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강력한 리스크 관리, 재정적 투명성, 강력한 규제 이행을 통해 생존할 수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겨울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면서 "생존 업체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원칙에 입각하고, 기업 문화에 내재된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제시했다.
프린스 CEO는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매우 분명해졌다. 산업은 필요한 투명성을 갖추지 못했었고 일부 경우는 상당히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는 사업의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이번 암호화폐 붕괴는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보여줬다"면서 "리스크 관리 방식이 강력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두 번째 원칙으로는 '재정적 투명성'을 언급했다. 그는 다른 경쟁업체가 붕괴한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블록파이는 무엇이 달랐나'였고, 그 답이 '강력한 대차대조표'에 있다고 말했다.
블록파이는 특정 시점에 보유 중인 자산 비율과 일주일 내 회수할 수 있는 자산 규모를 확인하며 분기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기업 재정 건전성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다른 씨파이 플랫폼이 이같은 방식을 채택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면서 "CEO로서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지속 불가능한 성장의 끝은 붕괴"라고 강조했다.
세번째 원칙은 규제 준수, 교육, 파트너십을 통해 미래 경제를 위한 토대를 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 리더들은 고객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기관에도 파트너이자 신뢰할 만한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잭 프린스는 "암호화폐 산업의 주류 채택은 추가적인 규제 지원에 달려있다"면서 "규제 노력은 산업이 투자자를 위해 명확성을 확보하고 시장 하락 상황에서 안전한 보루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잭 프린스는 "암호화폐 겨울은 매번 생태계 내 우열을 가려내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업계는 성숙된 플랫폼을 중심으로 연합할 것이고, 현대 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추로서 산업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