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다오의 창시자인 룬 크리스텐슨은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생태계가 규제 당국과 더 적대적인 관계에 놓이는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커다오는 스테블코인 DAI를 뒷받침하는 '탈중앙자율조직(DAO)'이다.
11일(현지시간) 크리스텐슨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재무부가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캐시'에 제재 조치를 가한 것을 기점으로 디파이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8일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더리움 생태계의 핵심적인 구성 부분인 토네이도캐시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같은 조치는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토네이도캐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의 많은 경제 활동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에 메이커다오는 이제 토네이도에 대한 노출 수준을 확인하고, 잠재적으로 경로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이커다오 창시자는 "재무부의 조치는 어떤 프로토콜이든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이번주 메이커다오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은 자체 핵심 월렛이 제재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 대한 긴급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규제 승인 기관인 '센터 컨소시엄'이 발행한 대규모 USD코인(USDC)이다. USDC 운영 기관 중 하나인 서클은 재무부 제재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해당하는 38개 이더리움 주소를 즉각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dYdX, 에이브 등 비허가형이라고 불렸던 다수의 앱들은 조금이라도 토네이도캐시에 연결된 기록이 있는 이용자 자금은 동결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텐슨은 "많은 프로젝트들에게 '탈중앙화'는 실체라기보다 '밈(meme)'에 가까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토네이도캐시 제재 조치로 인해 메이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메이커는 이용자가 자신의 암호화폐를 대출해주고,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 DAI를 민팅(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현재 DAI의 3분의 1 이상이 USDC를 통해 담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준비금 25%는 이더리움이다. 이같은 이더리움이나 USDC 자산이 토네이도캐시와 연결된 것으로 확인되면 해당 자산들은 동결될 수 있고, 메이커는 자금 부족 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
크리스텐슨은 "USDC처럼 규제 상태인 스테이블코인은 매우 안전하고, 유동성이 있고, 통합하기 쉽게 때문에 디파이 전반에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과 비허가 및 비검열 상태이길 원하는 DAI 같은 프로젝트에는 자연스레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USDC를 활용하기로 한 결정은 메이커가 성장하고, 손쉬운 사용자 경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너무나도 분명한 '한계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규제
규제기관이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를 차단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통상 당국은 앱을 개발한 특정 개인이나 기관 또는 특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했었다. 크리스텐슨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제재 결정은 소용 없고 무의미한 것이고, 차단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재 조치는 정부가 이더리움 주소에 대해 규제를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메이커 같은 특정 디파이 앱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직접 겨냥할지는 의문이지만, 2차적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커다오 창시자는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은 지금까지 메이커 같은 주요 디파이 프로젝트의 방침이었지만, 이제 장기적으로 가능한 방향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메이커다오는 디파이를 더 큰 전통 경제에 연결하기 위해, 실물 자산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모기지 산업에 진출해 암호화폐가 아닌 자산을 담보하도록 하는 작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 제재 조치로 인해 커뮤니티 일각에서 실물 세계와 통합하려는 방향성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텐슨은 "이번 제재 조치는 (실물 세계와의 협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면서 "메이커의 규제 승인 파트너사들이 잠재적인 형사적 책임을 걱정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사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들이 제재 조치에 휘말리지 않기 원하기 때문에 협업 속도를 늦추고 있고, 규제 이행 및 신원인증 규제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커다오 창시자는 "이처럼 공격적인 규제 체계가 디파이를 더욱 탈중앙화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달러 연동이 더 많은 규제 압박을 만들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들이 더욱 탈중앙화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극단적으로는 DAI와 미국 달러의 연동을 철회하는 '디페깅(depegging)'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메이커 준비금의 대부분, 최대 75%까지 이더리움으로 보유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지(Merge, 병합)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은 배당을 지급하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자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투자자 설득할 책임은 여전
크리스텐슨 메이커다오 창시자는 "디파이의 첫 번째 시대는 빠른 구축과 배치에 관한 것이었다면, 다음 시대는 충분하고 강력한 생태계 구축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시대에서든 암호화폐 업계는 '암호화폐가 가치있는 자산이고, 좋은 자산'이라는 사실에 대해 정치인과 투자자를 설득할 책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설득을 위한접근 방안으로 기후 문제나 부동산 시장 참여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 정부가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하기 위한 규제를 시행하는 최악의 경우는 실현될 가능성은 없지만, 이같은 규제 조치의 성패는 디파이와 암호화폐 부문이 규제에 얼마나 대비해놓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