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페어뱅크 캐피털원(COF)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용카드 연체율과 대손비율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며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양호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분기 투자자 설명회에서 페어뱅크 CEO는 자사 카드 이용자의 상당수가 지난해보다 더 적극적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있으며, 연체율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대손 처리율 완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낮은 *리볼버 비율*을 언급하며 월별 미납 잔액을 유지하는 이용자 수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소 상환금만 납부하는 소비자의 비율은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졌으며, 이는 일부 계층에서 재정적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내 소비 성향을 반영하듯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소매 지출이 증가한 것도 주목됐다. 이와 관련해 페어뱅크 CEO는 향후 예정된 수입 관세 인상 전에 소비자들이 선제적으로 구매에 나선 것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중국 외 대부분 국가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는 이러한 소비 움직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행과 항공권 소비는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물가 및 정책 변동에 대한 우려가 행동 패턴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따른다.
한편, 캐피털원은 최근 디스커버 파이낸셜(DFS)과의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최대 신용카드 회사로 거듭날 채비 중이며, 페어뱅크 CEO는 해당 거래를 “단일 기회의 문”이라 표현하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신용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소득계층의 부담 신호가 감지되고 있고, 관세 리스크를 앞둔 사전 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미국 소비 경제의 복합적 양상을 보여준다. 캐피털원의 평가처럼 당장은 소비가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관세 정책과 금리 추이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