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예측 시장이 과학계에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복 실험에서 검증되지 않는 연구 결과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예측 시장을 활용해 재현 가능한 연구를 빠르게 판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비록 일부에서는 검증된 학문 체계에 금전적 유인을 도입하는 데 대해 우려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시장 예측이 과학적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기존의 연구 검증 방식은 제한된 전문가 집단에 의해 수행되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폴리마켓(Polymarket)과 펌프사이언스(Pump.science) 같은 플랫폼은 군중 기반 예측을 통해 정치, 건강, 장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정제된 판단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델을 과학계에 적용하면 의심스러운 연구는 조기에 걸러지고, 재현 가능한 연구는 보상받는 투명한 구조가 가능해진다.
물론 예측 시장 역시 조작 가능성이나 투기성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탈중앙화된 과학(DeSci) 영역에서는 다양한 참여자를 유입시켜 대형 자본의 일방적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러한 우려에 맞서고 있다. 특히 시장 기반 검증은 과장되거나 틀린 연구에 직접적인 재정 손실을 안김으로써 자연스럽게 책임 있는 예측을 유도한다. 동시에, 신뢰받지 못했던 연구가 시장에서 ‘공매도’되는 위험도 있으나, 유동성이 확보된 공개 시장이라면 투기 성향을 완화하고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규제 장벽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예측 시장을 도박이나 파생상품으로 분류해 일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오거(Augur) 플랫폼의 경우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중화가 지체된 사례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지고 과학적 검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시장 예측에 대해 기존 금융 상품과는 다른 규제 프레임을 설계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
데이터 신뢰성도 또 다른 과제다. 예측 시장에서 외부 결과를 블록체인에 반영하려면 '오라클'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 오라클이 조작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여러 데이터 소스를 동시 활용하고, 감사가 가능한 투명한 AI 오라클 네트워크가 개발되는 추세다. 이는 저널과 연구소가 더 높은 기준의 데이터 보고 시스템을 갖추는 유인을 제공하며, 허위 정보가 빠르게 시장에서 폭로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예측 시장의 효과를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 학술 출판은 해당 분야에서 숙련된 전문가의 철저한 검토를 전제로 성장해왔으며, 시장 참여자 역시 같은 집단에서 활동 중인 경우 편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금전적 손실이라는 직접적 인센티브가 개인의 편향을 견제한다고 본다. 예측 시장은 검토자가 간과한 오류나 불완전성을 병렬적으로 보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탈중앙화된 참여 모델과 시장 중심의 감시가 결합하면 과학 분야의 검증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미 다수 플랫폼이 과학적 주장에 대한 질문을 상장하고 있고, 주요 기관들도 비재현성 문제에 대한 위기 인식을 공유하는 만큼, 학문 생태계 내에서 예측 시장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모델이 기존 시스템을 보완할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소액의 예측이 거대한 진실 규명의 첫발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은 디파이 혁신가들과 오픈 사이언스 지지자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만약 블록체인을 활용한 예측 시장이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과학의 신뢰 회복에 있어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