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경제에 대한 성장 전망을 대폭 낮추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정책의 파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IMF는 지속적인 무역 마찰과 함께 세계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불과 석 달 전인 1월 전망치 2.7%에서 크게 축소된 수치다.
IMF는 동시에 미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이 기존 예상보다 1%p 높은 약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 경기가 2.8%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률 둔화가 명확하게 나타난 셈이다. IMF는 이러한 변화를 미국의 무역정책이 촉발한 구조적 변화의 일부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IMF는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존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으며, 2026년 전망 또한 3.3%에서 3.3%로 유지하지 않고 다시 3.3%로 확정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4.0%로 낮춰 조정했다. 앞서 1월에는 각각 4.6%, 4.5%의 성장률을 제시한 바 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샤스는 블로그 기고문을 통해 “글로벌 경제를 80년간 지탱해온 규칙 기반의 무역 질서가 재편되고 있으며,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과 이에 대한 각국의 보복 조치가 그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급격한 관세 인상과 그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망은 4월 4일 자로 집계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여기에 포함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주의 관세’ 정책이며, 이후 4월 9일 발표된 90일 유예 조치나 스마트폰 등 일부 소비재 제품에 대한 예외 규정은 반영되지 않았다.
구린샤스는 중기적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내 제조업 생산성에 악영향을 줄 경우, 달러 가치 역시 실질적으로 약세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달러화는 연초 이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 IMF의 기본 입장이지만, 정책적 예측 불가능성이 지속된다면 저성장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IMF의 해석은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긴장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정이 국제 금융 시장 및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