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이 관세 충격에 대한 우려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SAP(SE)가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며 1분기 실적 호조를 발표했다. 이번 실적에서 SAP는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일부 매출 부문이 소폭 기대에 못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7% 급등했다. SAP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35% 이상 올랐다.
이번 분기 SAP의 매출은 101억 8,000만 달러(약 14조 6,6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고, 이 중 클라우드 부문은 56억 4,000만 달러(약 8조 1,200억 원)로 26% 급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8% 오른 27억 8,000만 달러(약 4조 원)로, 시장 예상치인 25억 1,000만 달러(약 3조 6,100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회사는 연간 가이던스 또한 유지하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최대 247억 5,000만 달러(약 35조 6,400억 원), 전체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매출이 379억 7,000만 달러(약 54조 6,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SAP의 크리스티안 클라인(Christian Klein) CEO는 “예측 가능한 매출 비중이 86%에 달하는 만큼 SAP의 비즈니스 모델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클라우드 ERP 제품군의 매출은 33% 증가해 48억 달러(약 6조 9,100억 원)에 달했고, 총 수주 잔고 역시 전년 대비 29% 늘며 205억 7,000만 달러(약 29조 6,200억 원)를 기록했다.
다만 SAP는 거시경제 리스크를 경시하지 않았다. CFO 도미닉 아삼(Dominik Asam)은 “무역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경우 전환율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며, 세계화가 이뤄낸 수십 년간의 생산성 향상이 빠르게 무너질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자사의 가이던스가 그 같은 비관적 시나리오가 아닌, 보다 현실적인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AP는 비용 통제 강화와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 비용 절감 조치로는 인공지능 기반 주울(Joule) 협업 도구가 주목할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AI 코파일럿은 SAP 컨설턴트의 하루 업무 시간을 평균 90분 단축시키고, 개발자의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였다. SAP는 계약 단계부터 서비스 제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하루 이내로 단축시키는 표준화된 계약 절차도 적용 중이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여전히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전년 대비 10% 줄어든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전체 매출은 13% 증가해 89억 8,000만 달러(약 12조 9,200억 원)를 넘어섰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SAP는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와 공동 개발한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클라인 CEO는 이 플랫폼이 기존의 데이터스피어(Datasphere)보다 이질적 데이터 소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더 나을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 공유 구조상 이익을 분할하더라도, SAP가 개발한 데이터 제품군 자체 수익률이 향후 몇 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확신도 덧붙였다.
이번 실적을 통해 SAP는 미·중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난기류 속에서도 클라우드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확충해가는 SAP는 글로벌 기업 고객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