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 기업 셸(SHEL)이 1분기 천연가스 생산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주요 생산 시설의 예기치 못한 정비 작업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셸은 1분기 통합 가스 생산량이 하루 91만~95만 배럴(석유환산 기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였던 93만~99만 배럴보다 줄어든 것이다. 이번 수정 전망에는 호주를 포함한 여러 지역의 설비 불시 정비가 반영됐다. 액화천연가스(LNG) 액화량 전망 역시 기존 660만~720만 톤에서 640만~680만 톤으로 낮췄다.
셸은 올해 3월 상류사업과 통합 가스 부문을 매년 1%씩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저탄소 에너지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에서 다시 화석연료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흐름과 일치한다. 경쟁사인 BP(BP)도 지난달 유사한 방향으로 변화한다며 석유·가스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셸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여파와 맞물리면서 4% 넘게 하락했다. 주요 주가지수가 지난주부터 이어진 손실을 확대한 가운데, 대형 에너지주의 비관적 실적 전망은 또 다른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셸의 실적 하향 조정은 단순히 정비 이슈에 따른 단기 변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기조가 다시 흔들리면서,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전략 방향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와 가스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보다 재생에너지 확장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 수년간의 기조에서 점차 선회하는 모습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무역정책 변화가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에너지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 사슬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업계는 향후 몇 분기 동안 해당 정책들이 실제 수요와 가격 형성에 얼마나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