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교역국들을 상대로 '보복 관세'(reciprocal tariffs)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시장과 업계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된 이번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구체적인 관세율과 대상국, 적용 품목 등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투자자와 기업, 정부 당국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번 관세가 거의 모든 수입 제품에 적용되며, 세율은 최대 20%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관세가 무조건적인 고율이 아니라 상대국의 보호장벽에 대한 '상호적' 대응이라며, 타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괄적 인상보다는 선택적이고 차등적인 조치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난 몇 주간 트럼프의 관세 도입을 둘러싼 보도는 금융시장에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고강도 관세가 예고될 때 시장은 일제히 하락했고, 유예 또는 완화 조짐이 있을 경우에는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이미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기존 무역 분쟁에서 적용 중인 관세에 더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대책과 최근 발표된 수입차 25% 관세까지 모두 포함될 예정이다.
문제는 정책 발표의 불투명성이 경기 불안을 더욱 확대시키는 점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맷 콜야는 “행정부 내부에서 명확한 정책 청사진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전략일 수도 있다”면서, 이로 인해 산업계와 외국 정부가 불리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관세의 핵심 목표를 미국 제조업 보호, 국내 생산 유인, 연방 정부 재정 확보, 유리한 무역 협상 기반 마련 등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소비자 물가 상승은 물론이고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월 구인 건수가 감소했으며, 공급관리협회(ISM) 조사에서는 3월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로 돌아섰고, 자재 구매 비용 지수가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러한 원인은 대부분 철강 및 알루미늄을 비롯한 수입 원자재에 부과된 관세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발표가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경제적 피해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역정책에 대한 명확성과 일관성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