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새롭게 부과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은행들은 기업 회생 금융지원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31일 일본은행협회 장하자와 준이치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정책은 기업 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그 여파로 고용과 임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가계와 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하자와 회장은 일본 최대 금융그룹 MUFG의 은행 계열사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그는 “정상적인 대출 외에 구조조정 단계의 자금지원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국의 고율 관세는 일본의 주요 수출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 및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핵심 제조업체들은 감산과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2월 실시된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90%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특히 관세 중심의 무역정책이 기업 활동에 치명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본 은행들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탈탄소 전환에도 지속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은행들이 순제로 은행연합(Net Zero Banking Alliance)을 탈퇴했지만, 일본 주요 은행들은 기후 금융에 대한 원칙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하자와 회장은 “해당 연합에서의 탈퇴는 정보 공유라는 측면에서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본질적인 탈탄소 전략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 노린추킨은행이 최근 한 달간 해당 연합에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각 사는 탄소 중립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장하자와 회장은 “순제로 연합 탈퇴와 탈탄소 목표 후퇴는 무관하다”며 “정책적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기본 목표는 여전히 확고하다”고 말했다.
무역과 기후 변화라는 두 축에서 외부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금융권은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경제 전반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역할 확대를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