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개인월렛'에 대한 정보 수집 의무 규정안을 수정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는 공식 문건에서 지난해 7월 제안했던 개인월렛 정보 수집 규정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무부는 관련 업계과 전문가 의견을 통해 개인월렛에 대한 정보 수집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개정한 문건에서 "모든 지갑에 수신자와 송신자의 정보 수집을 요구하기보다는 암호화폐 사업자가 불법 금융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거래에 대해서만 이같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월렛은 제3자 플랫폼에 설치·관리되지 않는 월렛을 말한다. 거래소, 암호화폐 서비스 업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암호화폐를 보유·송금할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바일 앱 등이다.
은행이 아닌 지갑에 지폐를 직접 보관하는 상태로 볼 수 있으며, 콜드스토리지(Cold Storage)나 비호스팅(unhosted)·비수탁형·자체수탁형(Self-custody) 월렛이라고도 한다.
지난해 7월 영국 재무부는 개인월렛에 암호화폐를 보낼 때 송신인이 수신인의 개인 신원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규정안을 제시했다.
이는 자금 송신인과 수신인의 신원정보 확인을 요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16(R.16)'을 반영한 것으로, 금융기관이 거래자의 신원정보를 통해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활동을 방지하고, 적절한 거래 기록을 보관해 수사 및 법률 집행에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재무부는 이번 개정 문건에서 "이같은 R.16 의무사항이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자에게만 적용되며 호스팅되지 않은 월렛을 이용하는 개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인월렛을 통한 불법 금융을 우려하며 이를 제재하려는 전 세계 당국의 규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서비스 업체가 개인월렛에 대한 3000달러 이상을 거래를 실행할 때 이용자 신원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을 검토한 바 있다.
종합적인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준비 중인 유럽연합(EU)도 최근 개인월렛 규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독일 당국이 "FATF의 요구사항을 넘어섰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