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암호화자산(cryptoasset, 암호화폐) 기술과 투자를 위한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정식 규제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수용, 샌드박스를 통한 금융 인프라 혁신, 왕립조폐국과의 NFT 발행 등 전방위 지원과 함께, 업계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창구 마련까지 약속했다.
영국 재무부는 2022년 4월 4일(현지시간) "영국을 암호화자산 기술 및 투자의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면서 이를 위한 지원 방안들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제시한 내용은 크게 △스테이블코인 법적 기반 마련 △금융시장에 분산원장기술 접목 △암호화폐 과세 시스템 검토 △업계와의 소통 강화 △왕립조폐국 NFT 발행 등이다.
스테이블코인 법적 기반 마련
영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 범위에 포함시켜 정식 지불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된 암호화자산의 한 형태로, 안정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서 "적정 규제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지불 수단을 제공하고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입법 절차를 밟아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규제 범위 안에 포함시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 및 서비스 제공업체가 영국에서 운영·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해당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즉시 규제함으로써, 금융 안정성과 높은 규제 기준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돕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 분산원장기술 접목
영국 정부는 산업이 혁신 기술을 실험하고 도전해볼 수 있도록 '금융시장 인프라 샌드박스' 입법 작업을 추진한다.
같은 날 진행된 '혁신금융글로벌서밋(Innovate Finance Global Summit)' 행사 연설에서 존 글렌(John Glen) 재무부 경제비서관도 영국의 글로벌 암호화자산 허브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가운데, 분산원장기술 혁신 실험을 지원하겠다고 발언했다.
시장 인프라 서비스를 실험·혁신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인프라(FMI) 샌드박스'를 위한 법안을 제정할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국채 상품에 분산원장기술을 접목할 가능성과 잠재 혜택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존 글렌 경제비서관은 "영국은 분산원장기술(DLT)이 금융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인 장점을 선제적으로 탐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동기화하고 공유해 더 큰 효율성과 투명성, 복원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과세 시스템 검토
암호화자산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과세 시스템을 검토할 계획이다.
존 글렌 재무부 경제비서관은 "2022년 하반기 암호화자산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지 암호화자산 시장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적 과세 방안을 연구한다.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대출에 대해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 논의하고, 자산운용사 면제 범위를 암호화자산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다룰 계획이다.
업계와의 소통 강화
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친화적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와의 협력과 논의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영국 금융 당국인 재정청(FCA)은 5월에 업계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2일 동안 '크립토스프린트(CryptoSprint)' 행사를 개최해, 미래 암호화자산 체계 개발과 관련된 주요 문제에 대해 업계의 직접적인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아울러, 재무장관이 주도하는 암호화자산참여그룹(Cryptoasset Engagement Group)을 조직한다. 재무장관은 의장으로서 규제 당국과 업계 주요 인사들을 소집하고, 암호화자산 산업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정부에 조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방침이다.
왕립조폐국 NFT 발행
암호화자산에 대한 영국 정부의 미래 지향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로서, 재무장관은 왕립조폐국(Royal Mint)에 NFT 발행을 의뢰해 올 여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이처럼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현지 금융 서비스 산업이 최첨단 기술 수준을 유지하면서, 투자와 일자리를 유치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리시 수낙(Rishi Sunak)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을 암호화자산 기술의 글로벌 허브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오늘 공개한 계획을 통해 영국에서 기업들이 투자하고, 혁신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낙 장관은 "영국에서 미래의 기업이 세워지고, 그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효과적인 규제로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투자하는 데 필요한 확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