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가능성과 암호화폐 시장 규제를 검토 중이다. 호주 재무장관은 국가 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결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021년 12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시 프리덴버그(Josh Frydenberg) 호주 재무장관은 한 연설에서 "정부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현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준비은행은 2021년 3월 분산원장기술 연구팀을 조직하는 등 CBDC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가 진행 중인 글로벌 CBDC 사용 실험에도 참여 중이다. 토니 리차드(Tony Richards) 호주준비은행 지불정책부장은 11월 "강력한 CBDC 수요는 없다"면서도 "다른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CBDC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장관에 따르면 호주는 CBDC 발행 논의와 함께 본격적인 암호화폐 시장 개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규제 안에서 활동이 이뤄지도록 라이선스 제도 수립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2022년 말까지 CBDC 발행과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프리덴버그 재무장관은 이 같은 조치가 국가 결제 시스템의 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변화의 속도와 이를 주도하는 세력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 거래와 커스터디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호주의 결제 시스템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실리콘 밸리가 될 것"이라면서 호주가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주준비은행 뿐 아니라 전 세계 은행들이 중국의 앤트그룹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이 개척한 핀테크 기술 혁신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부상과 메타(전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도 등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금융 기관의 국경 간 송금 개선 논의에도 시급성을 더했다.
호주 내 암호화폐 입지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이래 디지털 자산을 거래한 호주인은 80만 명 이상이다. 660억 달러 자산을 운용 중인 레스트 수퍼(Rest Super)는 호주 연금 펀드 중 최초로 암호화폐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호주 최대 은행 커먼웰스는 암호화폐 10종에 대한 거래 기능을 제공 중이다.
맷 코민(Matt Comyn) 커먼웰스 CEO는 "암호화폐 참여는 위험하지만, 참여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면서 "암호화폐는 매우 불안정하고 투기적인 자산이지만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빠른 확장에 정부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조셉 롱고(Joseph Longo) 증권투자위원장(ASIC)은 "암호화폐 시장을 무시하기엔 너무 커졌다"며 "암호화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미셸 블락(Michele Bullock) 호주 중앙은행 부총재는 "초저금리 시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암호화폐로부터 법정화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했다. 호주 상원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거래소 라이선스, 탈중앙자율조직(DAO), 디파이 양도소득세, 재생에너지 사용 채굴 등을 다룬 규제 권고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산업 성장을 결정할 규제 방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조나단 밀러(Jonathon Miller) 크라켄 호주 총괄은 "호주는 혁신 허브로서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신규 규제가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시장에서 확인된 것처럼 과도한 개입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