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장에서나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무작정 규제 카드를 들이밀면 혁신은 물론 이를 통한 미래산업 육성도 멀어진다. 가상자산 규제 이전에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무엇을 위한 규제인가?
정부는 지금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날이 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 외부 대중으로 퍼져나가는 이야기는 높은 수익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폭락과 투자자 손실, 자산 사고 등의 부정적인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가상자산 관련 뉴스를 보면 대부분 ‘급등’이나 ‘폭락’이란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다. 그만큼 가상자산 시장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다는 방증이다. 이는 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뜻인데 대중들로부터 높은 변동성은 수익성보다는 리스크 및 손실 위험으로 간주되는 듯하다.
물론 변동성이 높으면 등락폭이 크고 가속화돼 높은 리스크가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전문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은 이 위험에 더 취약하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에 의한 리스크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장 자체를 대대적인 규제로 일갈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이나 미래 유망 산업 및 기술로 표방하는데 그래서인지 정부는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과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지자체 및 기관의 블록체인 도입 프로젝트 등은 어쩌면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에 융합되는 것은 기정사실임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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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부는 단지 높은 변동성 때문에 시중 가상자산만큼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눈치다. 그런데 만약 변동성 위험과 산업 발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면 어떨까? 가상자산 시장이 정부가 바라는 대로 건전화돼 탄탄한 미래 산업으로 육성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다행히 해답은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관리하고 감독하면 된다. 가상자산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신뢰성 및 건전성을 진단하고 평가함으로써 유동성 공급을 빙자한 시세조작 행위(소위 마켓메이킹)와 시장 악용 등의 부정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준법감시체계 확립의 필요성
기성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준법감시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준법감시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각 거래소와 가상자산 재단, MM이라 불리는 시세조종 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해 시장을 교란한다. 특히 이들이 가장 조종하기 좋은 시장은 유동성이 적은 시장이다. 유동성이 적으면 그들이 개인투자자들보다 월등한 자금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시장을 뒤흔든다.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이유 없는 폭등과 폭락들 말이다. 이들 대부분은 그들의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 변동성 또한 낮은 시장 유동성에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의 작품이다. 그런데 정부는 원인이 아닌 증상인 변동성만을 문제 삼으며 시장 전체에 규제를 가하려는 모습이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증상이 아닌 원인을 바로 잡아야 한다. 진정 문제는 변동성이 아니라 시장 준법감시체계 부재로 인한 시장 주체들의 시장 교란 행위다. 정부나 제3기관이 각 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잘 관리가 되지 않거나 유동성이 낮아 위험한 시장의 경우 적절한 제재를 가하고 특정 세력에 의한 악의적인 시장 교란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위한 규제다.
특금법 다음 숙제
9월 24일에 발효되는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금법으로 인해 시장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각각 거래소들이 잇따라 ISMS 인증을 취득하고 실명계좌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향이 시장 건전화까지 곧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정보관리체계(ISMS)와 실명계좌 확보는 자금세탁방지(AML)와 연관이 크고 시장 관리 및 감독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특금법으로 한차례 시장 악용 행위 중 하나인 자금세탁방지를 예방했다면 이다음은 준법감시체계 확립 및 시장 관리 감독 기준을 세우는 것이 적절하다. 이를 통해 시장이 더 건전하게 조성된다면 더 많은 대중 참여를 안전하게 촉진할 수 있고 산업 발전과 혁신의 토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은 발행이 쉽고 상장이 기성 유가증권 시장과 달리 진입장벽이 무척 낮다. 반면 시장 투자자는 적은 규모기 때문에 실제 유동성은 현저히 낮은 시장이다. 현재는 특금법 다음으로 트레블룰 도입과 가상자산 과세안이 다음 이슈로 손꼽히고 있다. 특금법 이후에는 가상자산 시장 관리에 관한 새로운 법안 도입과 가이드라인을 편찬해서 긍정적인 규제를 펼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세를 하더라도 올바른 시장을 조성한 후에 세금을 부과해야 타당하다.
본 기고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10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