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 시장이 정체된 기간 동안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은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며, 새로운 형태의 금융 시스템과 금융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디파이 모델로 구현 가능한 금융 업종들이 많이 남아있고, 미래 사업을 구상하며 디파이를 눈여겨 보는 금융 기업들도 늘어났다. 아직까지는 전통 금융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향후 디파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파이 대출업체 본다뻬티트(BondAppetit)의 창립자 아르템 톨카쳬브(ARTEM TOLKACHEV)는 2021년 11월 8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디파이는 잠재력의 0.1%만 구현한 상태"라면서 "5년 뒤 시장은 100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디파이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더욱 큰 산업으로 성장시킬 만한 적절하고 준비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파이와 전통 금융, '다윗과 골리앗'
2015년 7월 출범한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파이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더리움에서만 하루 130만 건이, 다른 블록체인까지 포함하면 하루 수백만 건의 거래가 블록체인에서 처리된다. 거래는 대부분 유니스왑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DEX), 에이브, 컴파운드 같은 대출 프로토콜 등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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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는 분명 빠르게 성장했다. 제로금리로 인한 대안 투자 방안 모색,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단속 등이 디파이 시장 진입을 촉발한 요인들이다.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된 총 자금은 2430억 달러 상당이다. 전통 금융(TradFi, 트레디파이) 규모에 비교하면, 디파이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은 시장이다. 전통 금융에서 소비자 금융 부문 규모는 2조 3000억 달러, 보험은 6조 달러, 자본 시장은 100조 달러에 이른다.
기고자 아르템 톨카쳬브는 디파이 시장이 점차 기존 금융 시장을 점유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폭발적인 시장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더리움 vs 신용카드·나스닥 거래 수 2021년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매일 130만 건씩 처리하고 있다. 하루 3만 5000건을 처리했던 2015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전 세계 신용카드 부문이 처리하는 거래는 하루 10억 건 이상, 나스닥 증시가 처리하는 거래는 하루 55억 건 이상으로 아직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용카드 거래의 1%만 탈중앙화 거래로 가져온다면 규모는 8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파이 프로토콜 vs 일반 금융 수익 디파이 프로토콜의 수익(수수료)은 연 5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와 대비해 전 세계 소매 금융 수익은 2조 3000억 달러, 전 세계 국경 간 결제 수익은 2조 달러, 전 세계 증시 수익은 350억 달러 상당이다. 디파이 프로토콜이 전통 금융 산업의 1%를 흡수한다면 디파이 프로토콜의 수익은 1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디파이 서비스 이용에 사용되는 이더리움 월렛 메타마스크의 이용자 수는 2021년 8월 10배 증가하며 1000만 명에 도달했다. 전 세계 암호화폐 이용자 2억 2100만 명 중 5%만이 이를 사용 중이다. 로빈후드 같은 중앙화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반 암호화폐 사용자 기반도 디파이의 미개척 시장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UI/UX 개선은 디파이 이용자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거론됐다.
디파이 기다리는 전통 금융 시장
소비자 금융. 결제, 대출, 담보 상품 등 전 세계 소매 금융 부문은 2조 3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소비자 결제와 거래 시장을 통해 연간 5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해당 부문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등을 수용하면서 광범위한 디파이 채택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 시장. 글로벌 주식 시장 규모는 100조 달러에 달한다. 팬데믹으로 디지털 시대가 한층 앞당겨진 가운데, 디지털 증권의 부상도 불가피한 추세가 되고 있다.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증권형 토큰은 이를 구현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이미 허용하고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법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권을 허용했다.
보험. 전 세계 보험 산업은 6조 달러로 추산된다. 보험 분야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적용되기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전 세계 보험료의 3분의 1은 행정 처리와 커미션 비용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고객들에게 많은 부담을 지울 수 있는 구조다.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을 자동 이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는 보험 가입부터 청구 단계까지 저렴하고 빠르고 정확한 처리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파이는 신생 시장인 만큼 규모뿐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성과 복잡성도 금융 시장에 비해 덜 발전된 상태다. 디파이는 대출, 분산 거래, 이자 종합(aggregating) 등 제한된 유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통 금융의 경우, 은행, 보험사, 증권거래소, 중개업체, 수탁업체 등 다양한 유형의 기업들이 주식, 채권, 파생상품, 상품(commodities), 결제 등을 다양하게 지원하면서 수조 달러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고자는 "디파이 개발자들은 전통 금융 상품과 서비스 모델에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접목하고, 이를 혁신할 방안을 활발히 탐색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직 개척하지 않은 전통 금융 시장의 규모만큼 디파이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통적인 스타트업과 빅테크의 개발자들이 블록체인과 디파이 분야로 합류해 시장 발전을 위한 자원도 더 늘어났다"면서 "시장 발전 사이클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