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진출 방안과 제도화에 따른 금융권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디파이가 은행 등의 관리자 없이 금융기관의 핵심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보 비대칭에 의한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2021년 10월 25일 보고서 'DeFi의 재부상과 금융권 영향'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디파이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앙 관리자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와 암호화폐로 개인 간 거래(P2P)가 이뤄지게 하는 서비스다.
확장되는 디파이 생태계…금융권 대비 나서
암호화폐 시장 회복과 메타버스의 부상으로 디파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 플랫폼에 예치된 총액은 2020년 7월 15억 달러(약 1조 7530억 원)에서 2021년 9월 908억 달러(약 106조 1179억 원)까지 급성장했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생성된 NFT를 담보로 하는 디파이 대출도 디파이 시장의 팽창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
이용자도 크게 증가했다. 2021년 9월 중국에서 암호화폐 활동에 대한 처벌 강화 의사를 내비친 이후,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디파이 시장으로 우회하는 이용자들이 급증한 영향도 컸다.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경우, 유동성 공급에 따른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대거 디파이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디파이 부상에 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가 NFT와 디파이 기업에 대한 ETF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 등 국내 은행 역시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JV(조인트벤처) 확대 등을 통해 간접 진출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빅테크 기업들은 수탁업을 포함해 전자지갑, 유관기업 연동 등 전방위적 디파이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신 연구원은 "디파이는 은행 등 중앙집권적 중개자 없이 유연한 거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 수수료 등 정보 비대칭에 의한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파이의 근본적 가치를 고려 할 때, 중장기적으로 디파이가 제도권으로 편입이 될 수 있어 장기적 관점의 금융권 영향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 연구원은 "디파이는 현 금융기관의 핵심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있어 직·간접적 디파이 진출방안과 제도화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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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한계점·규제 문제 풀어야
디파이가 낮은 유동성, 느린 속도, 보안 관리 체계 등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파이는 해킹이나 보안 사고에 있어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디파이 프로젝트 얌(YAM)이 출시 직후 시스템 오류로 토큰 가격이 급락한 것처럼 변동성과 시스템 불안정성도 나타나고 있다.
신 연구원은 "디파이의 성장은 주로 글로벌 유동성 확장과 '이자 농사'를 위한 투기적 수요 급증에 기인한다"며 "안정적인 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디파이와 관련한 국제 규제 논의도 폭넓게 진행 중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디파이 관련 매뉴얼을 검토하고 각국 유관 기관에 디파이 관련 자금세탁방지 적용 검토를 권고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글로벌 차원에서 디파이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디파이를 위축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디파이의 제도적 편입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