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지침의 최종 버전을 공개했다.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각 부문에 대한 정의와 규제 접근 방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1년 10월 28일(현지시간) FATF는 '가상자산(VA) 및 가상자산 서비스업체(VASP)에 대한 위험 기반 접근 방식의 개정 지침'을 내놨다. 2019년 6월 처음 공개한 지침 초안에 설명을 더하고, 2021년 3월과 4월 공개 협의한 내용을 반영했다.
FATF는 첫 지침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 송금업체를 VASP로 규정하는 등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기존 금융 기업에 준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전 세계 각국은 지침을 이행하기 위한 현지화 절차를 밟고 있다. FATF는 국가별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업계 피드백을 받아 지침 초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지침 초안 발표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조항은 트래블룰(Travel Rule)이다. VASP가 거래 송신자와 수신자 정보를 수집·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인데, 업계는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최종 지침에서 FATF는 신속한 트래블룰 시행을 촉구했다. 트래블룰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거치는 과도기 동안 VASP가 자금세탁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대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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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 해석은 폭넓게…사례별 접근해야
최종 지침은 디파이, NFT 등을 정의해 규제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비수탁 지갑의 위험성을 명시하고, 디파이 부문에 트래블룰 적용을 제안하는 등 규제 강화 의사도 내비쳤다.
하지만 FATF는 섹션마다 "각국은 불법적인 금융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FAFT가 내린 정의를 폭넓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며 규제 당국의 유연한 접근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자적인 정의에 매이기보다는 기술이 제공하는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서비스가 FATF가 정한 명명법에 어떻게 부합하는지가 아닌, 서비스가 무엇을 제공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NFT는 가상자산, 디파이는 VASP?
암호화폐 시장은 신생 분야인 만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새로운 개념들이 많다. FATF는 신생 자산 유형을 '기능' 측면에서 정의하고, 개별 사례에 맞는 규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FATF는 가상자산을 가치의 디지털 표시일 뿐 아니라 거래와 교환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가치의 기록뿐 아니라 양도도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당 정의에 따르면 NFT는 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FATF는 '사용 방식'에 따라 NFT를 가상자산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FATF는 "표면적으로 NFT가 가상자산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가상자산처럼 결제나 투자 용도로 사용된다면 가상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밖의 NFT 유형은 FATF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기타 금융 자산의 디지털 표시라고 볼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은 아니더라도 (기초) 금융 자산 유형으로서 FATF 표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FATF 지침 초안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운영을 탈중앙화하는 디파이를 VASP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뤘다. VASP의 정의는 다른 개인이나 법인을 대신해 △가상자산를 법정화폐나 다른 가상자산로 교환하 △가상자산의 이전 △가상자산의 보관 및 관리 △발행사의 가상자산 제안 및/또는 판매에 관련된 금융 서비스에 참여 및 공급 등을 수행하는 개인이나 법인 사업체다.
중앙화된 사업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 교환, 수탁 서비스를 지원하는 경우 손쉽게 VASP로 정의할 수 있지만, 탈중앙화앱(DApps, 디앱) 같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VASP 여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FATF는 "지침은 기본 소프트웨어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디앱도 VASP로 간주되지 않는다"면서도 "프로토콜이 상당 부분 탈중앙화돼 있거나 자동화돼 있더라도 생성자·소유자·운영자가 있는 경우, 자산이나 프로토콜 규약에 대한 상당한 통제력 또는 영향력을 가지는 경우, 이용자와 지속적인 사업 관계를 가지는 경우 등에 VASP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FATF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책임을 물을 개인이나 법인이 있는 경우에도 '탈중앙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각국 당국이 프로토콜 소유자·운영자를 식별해 VASP 표준을 따르도록 해야 하며, 서비스에서 수익을 얻거나 서비스 기준을 설정·변경할 권한이 있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고려해 운영 주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ATF는 디파이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당국이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