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암호화폐 지침 공개 2년, 시행 점수는 '미흡'…128개국 중 58개국 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의 적용 수준이 아직 미흡하다며 각국에 신속한 지침 이행을 촉구했다. 암호화폐 산업에 기존 금융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지침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만큼 각국이 규제 이행을 보다 본격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ATF는 2019년 VASP에 적용되는 자금세탁방지 지침을 발표한 이래 1년마다 각국의 지침 이행 상황을 검토한다. FATF는 이번 6월 총회에서 이같은 검토를 마쳤으며 관련 보고서를 7월 5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ATF 규정, 128개국 중 58개국 만 시행 중

보고서는 모든 국가가 FATF 개정 지침을 가능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고 있으며 랜섬웨어 연루 위험 차단 등 범죄 활동에 가상자산이 악용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잠재적인 조치 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FATF는 2021년 6월 25일 총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가상자산서비스업체(VASP) 지침 개정안 이행에 있어서 지속적인 진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들이 FATF의 암호화폐 규제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행 상황을 검토한 결과, 회원국 128개국 중 58개 국가 만이 VASP 개정 지침을 적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52개국은 VASP를 규제하고 있으며 6개국은 VASP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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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분 '트래블룰' 진척 인정

FATF는 민간 부문이 '트래블 룰(Travel Rule)'을 이행하기 위한 기술적 해결책 개발에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인정했다.

트래블 룰은 3000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 시 VASP가 거래자의 데이터를 식별·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이다. 암호화폐 특성상 적용하기 어려워 큰 논란이 됐지만 민간 업계는 기술적 적용 방안을 찾기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코인베이스, 제미니, 크라켄 등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주도하는 미국 트래블룰 워킹그룹(USTRWG), 후오비, 비트파이넥스가 참여하는 시프트네트워크(Shyft Network), ING가 개발한 TRP 등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FATF는 "이같은 진척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가들이 아직 트래블 룰을 포함한 FATF의 지침을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 솔루션과 규정 이행 인프라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침 이행에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VASP가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글로벌 안전장치가 없다는 뜻"이라면서 "규정이 적절히 도입되지 않으면 국가별 차익거래(jurisdictional arbitrage)'를 통해 가상자산을 악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금법 개정을 통해 2022년 3월 25일부터 트래블 룰을 시행할 계획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2021년 3월부터 시행됐지만 트래블 룰은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만큼 1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다.

기준금액은 100만 원 이상이며 송신인의 성명과 가상자산 주소 등 송신인의 정보와 수취인의 성명과 가상자산 주소 등 수취 VASP의 고객 정보 등을 제공 정보 범위로 규정했다.

최종 지침 확정 10월까지

FATF는 이번 총회에서 투표 예정이었던 지침 최종안을 2021년 10월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2021년 3월 FATF는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용어 정의를 포함하는 신규 지침 초안을 내놨다.

해당 지침은 디파이, 비수탁 월렛 등에 제약을 가해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켰다. 이에 FATF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갖기 위해 10월까지 지침 확정 기간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FATF는 "10월 공개될 VASP 지침 최종안이 국가와 민간 업계가 개정된 규정을 우선 이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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