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방역과 안전은 모든 영역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팬데믹 여파에 휘청였던 시장과 산업은 리스크에 대응하며 안정과 균형을 되찾고 있고 1년 간 생활 전반과 이동에 제약을 받았던 소비자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일상을 영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가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정상화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안전한 일상 복귀를 위해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할 각종 방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데이터 위변조와 안전한 공유 기술을 내세운 블록체인 기반 ‘백신여권(vaccine passport)’도 개발 단계를 넘어 빠른 속도로 실제 도입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美 뉴욕 주, 블록체인 기반 백신 여권 전격 도입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과 경제 회복을 2021년 중점 과제로 선정하고 디지털 여권 도입을 구상 중이다. 정부는 민간 부문과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표준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뉴욕 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백신 접종 증명서를 공식 사용하기로 했다.
뉴욕은 2월 10일 주요 스타디움과 경기장에 “각 시설은 모든 직원과 관중이 행사 전 72시간 이내에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임을 확인 해야 한다”는 내용의 재개 지침을 발표했다. 신속하고 편리한 출입 확인에 뉴욕 주가 개발한 공식 백신 여권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쿠오모(Andrew M. Cuomo) 뉴욕 주지사는 2021년 3월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가 담긴 백신 여권 앱 '엑셀시어패스(Excelsior Pass)'의 공식 도입을 발표했다.
IBM의 블록체인 기반 백신 여권 솔루션 ‘디지털 헬스패스’를 기반으로 만든 '엑셀시어 패스(Excelsior Pass)' 앱은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조회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고 개인 정보 보호 수준도 강화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정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안심하고 백종 접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뉴욕 주는 공식 출시에 앞서 두 차례 시범 테스트를 진행했다. 2021년 2월 27일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브루클린 네츠(Brooklyn Nets)의 경기에서, 3월 2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뉴욕 레인저스(New York Rangers) 경기에서 성공적으로 앱을 시범 테스트했다. 수천 명의 뉴욕 시민들과 함께 베타 테스트도 실시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엑셀시어패스나 종이에 인쇄한 QR 코드를 제시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경기장, 공연장, 영화관 등을 출입할 수 있다. 뉴욕 주는 우선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타임즈 유니온 센터을 시작으로 추후 지원 장소를 늘려갈 예정이다. 앱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엑셀시어패스는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더 많은 경제 활동이 안전하게 재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바이러스 대항마”라며 “엑셀시어패스를 통해 안전하고 능률적인 방식으로 현장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연 예술과 스포츠 행사 재개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EU, 2021년 6월 도입…휴가 시즌 여행 활성화 기대
세계 최대 여행 거점인 유럽에서도 백신여권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6월 15일부터 코로나19 백신여권 ‘디지털 그린 패스' 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여행 거점인 EU가 백신여권 도입하면 1년 간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 사이에 폭발적인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3월 28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에서 “6월 백신여권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유럽 전역의 여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백신여권은 디지털이나 종이 형태로 제공되며 QR 코드에 백신 접종 여부와 시점, 백신 종류, 항체 생성 정보, 개인 정보 등이 담긴다.
EU 27개국 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각국 보건 당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같은 비유럽연합 국가를 적용 지역으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EU는 백신여권 발급은 의무화하지 않고 신청자에 한해 발급할 계획이다.
덴마크는 4월 4일 부활절 연휴부터 자체 백신여권 ‘코로나파스(Coronapas)’를 도입한다. ‘NemID’라는 보안 디지털 ID 시스템에 백신여권을 연동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가장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에스토니아도 4월 안으로 백신 접종 증명을 나타내는 QR코드의 디지털 인증서 발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2월 백신여권 시작…중국·일본은 올림픽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은 2월 백신여권 ‘그린패스(Green Pass)’ 발급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에서 QR코드를 내려받아 공연장, 체육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방문 시 제시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그리스, 키프로스 정부와 협약을 체결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올림픽을 준비 중인 중국과 일본도 백신여권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3월부터 내국인을 상대로 백신여권 발급을 시작했다. 일본은 EU, 중국과 상호 증명 가능한 종이나 디지털 형태의 백신여권을 만들 계획이다.
코로나 확산 전 일간 30만 명이 왕래했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백신여권을 준비 중이다. 카이리 자말루딘 말레이시아 과학기술혁신부 장관은 3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모두 백신 인증서 발급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및 기타 국가에서 정한 표준을 고려하여 두 시스템 간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4월 백신여권 공개…블록체인 전문업체가 개발
우리나라 정부도 백신여권 도입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1년 연초부터 준비해 4월 안으로 백신 접종 증명 앱을 공식 개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백신여권을 통해 해외 활동 국민들의 입·출국 어려움을 해소하고 이동 편의를 보장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2월 25일 백신 접종 증명서 도입 계획을 밝히고 민간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백신 접종 증명서의 위변조 위험을 차단하고 민감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접목했다.
질병관리청은 4월 1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백신여권을 4월 안으로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전문업체 블록체인랩스가 시스템 개발과 자문을 맡았다.
정우진 시스템관리팀장은 백신여권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인프라 설치는 마무리됐고 개통할 앱에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하는 기능, 주민번호 같은 민감 정보를 최소할 방안 등을 구현하고 있다”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개통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 접종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상 회복을 체감하려면 소위 백신여권 또는 그린카드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올해 초 준비를 시작해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예방접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 가능성은 원천 차단하고 개인정보는 일절 보관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접종 증명 못지않게 생활 속에서 이를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방역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접종을 마치신 분들이 생활 속에서 불편함이 최소화되도록 구체적 활용 방안을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기부·KISA, DID 활용 접종 증명서…SK텔레콤 개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블록체인 기반 백신 접종 증명서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SK텔레콤이 주도하는 DID연합을 선정했다.
SK텔레콤이 주도하고 라온시큐어, 아이콘루프, 코인플러그 등이 참여한 DID 연합은 SK C&C, 야놀자 등이 참여한 람다256 컨소시엄를 제쳤다. 기술 협상 과정을 통과하면 최종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DID 연합은 5월 1일 사업을 본격화해 7월 백신 접종 증명성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민간 기업들도 앞다퉈 백신여권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헬스케어 블록체인 기업 메디블록은 3월 18일 백신 접종 이력을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신원증명(DID)으로 증명하는 '백신패스'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반의 DID 기술을 활용해 질병관리청 및 연동 의료기관에 등록된 접종내역 이력을 모바일로 편리하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환자의 모바일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외부로 공유할 수 있어 정보 무단 사용 우려를 덜 수 있다.
우선 접종 대상자인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병원 의료진과 상급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거친 뒤 이르면 4월 중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 로드시스템도 실물 여권을 QR코드 형태로 생성한 모바일 전자여권 ‘트립패스’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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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백신 여권, 일상 복귀를 위한 첫 걸음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백신여권은 일상 복귀의 첫 번째 단계로서 국내외 이동과 관련 규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공유·조회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종이로 발급되는 증명서의 훼손, 위·변조 문제를 해결하며 백신여권에 신뢰를 더해주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등의 백신 여권 개발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됐다. 국제 항공운송협회(IATA)도 블록체인을 접목해 디지털여권 'IATA 트래블 패스(Travel Pass)'를 개발하고 싱가포르 항공에서 2020년 12월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백신여권을 통용하고 각국이 자유로운 이동을 재개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국가나 기업마다 다른 증명 방식을 사용하고 요구하는 정보 조건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사용자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같은 국제 기구가 여권 표준을 수립해 각국이 원활하고 안전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신여권의 유효 기간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항체 효과를 6개월로 보고 백신여권 유효기간으로 설정했다. 개인정보 이용 방안과 보안 유지 방안을 위한 표준과 정책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