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파이넥스·테더, 뉴욕 검찰과 1850만 달러에 합의…22개월 법정 공방 마무리

2019년 4월부터 22개월 동안 진행된 뉴욕 검찰총장실(NYAG)과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 테더 간의 법정 공방이 암호화폐 사상 최대 합의금인 1850만 달러(205억 원)에 마무리됐다.

뉴욕 검찰은 2021년 2월 23일(이하 현지시간) 비트파이넥스와 테더가 1850만 달러(205억 원) 상당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는 위법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1850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앞으로 2년 동안 USDT 준비금 구성을 상세히 기술한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뉴욕 주에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뉴욕검찰은 2019년 4월 25일 비트파이넥스·테더를 기소했다. 비트파이넥스 거래소가 미허가 은행 크립토캐피털에 자금을 압류당해 8억 5000만 달러(9425억 원) 상당의 손실을 냈으며 경영진을 공유하는 계열사 테더의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불법 대출해 손실을 은폐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테더(USDT)는 토큰 가치를 달러로 1:1 담보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발행한 만큼 동일한 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 비트파이넥스에 자금을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나면 결국 준비금이 그만큼 비는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USDT 신뢰성에 손상을 줄 수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비트파이넥스는 자금 손실 사실과 테더 자금 대출 과정을 주주와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 기소된 직후에도 자사 블로그를 통해 크립토캐피털 관련 자금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크립토캐피털 자금에 관한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비트파이넥스는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 사법당국을 통해 자금 회수를 시도하고 있다.

레티시아 제임스(Letitia James) 뉴욕 검찰총장은 성명에서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는 사업을 지속하고 수익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불법적으로 은폐했다"고 말했다. 또 "USDT를 미국 달러가 완전 담보한다는 테더의 주장도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테더가 지난 2017년 중반까지 은행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USDT가 은행에 예치된 준비금 없이 발행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테더는 2018년 11월 1일 바하마 소재 델텍 은행에 준비금이 예치돼 있다고 발표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11월 2일 수억 달러를 비트파이넥스 계좌로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준비금 의혹을 불식시킨지 하루 만에 1:1 연동이 끊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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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파이넥스·테더, 뉴욕 검찰과 관점차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는 뉴욕 검찰과의 합의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비트파이넥스에 대한 불법 대출과 테더의 준비금 부족 문제를 명확히 지적했지만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는 이번 합의가 양사 간 자금 융통에 큰 위법 요소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양사를 변호한 법무법인 스텝토&존슨의 파트너 찰스 마이클(Charles Michael)은 "합의를 통해 비트파이넥스와 테더 간 대출 관련 의혹이 해소됐다"면서 "검찰이 정보 공개 문제를 허위 보고나 법률 위반으로 규정하지 않고 비트파이넥스와 테더가 정보 공개 수준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결과는 특정 공시 성격과 시기에 국한된 내용"이라며 "추측과 달리 테더가 시장 가격을 조작하거나 담보 없이 테더를 발행했다는 점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 기간 동안 USDT 유통량은 20억 달러에서 34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마이클 변호사는 "대출이 거래소의 고객을 위한 사업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테더의 상환 처리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자를 포함해 대출금 전액이 조기 상환됐다"는 점도 밝혔다.

2018년 테더는 비트파이넥스에 9억 달러 상당의 한도거래대출을 개설했다. 비트파이넥스는 이중 7억5000만 달러를 사용했으며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1억 달러씩 상환했다. 지난 1월 남은 대출금 5억5000만 달러(약 6150억원)를 조기 완납하고 테더와의 한도거래대출(line of credit)을 완전히 종료했다.

비트파이넥스와 테더의 법률고문인 스튜어트 호그너(Stuart Hoegner)는 성명에서 "1850만 달러에 합의하기로 한 것은 이 문제를 뒤로 미루고 사업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그너 법률고문은 "합의의 일환으로 테더 준비금에 대한 추가 정보를 분기별로 검찰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준비금에 들어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 내역이 포함될 예정이다. 비트파이넥스와 테더 간에 오가는 자금 내역도 모두 공개될 전망이다.

비트파이넥스의 합의금은 암호화폐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오스(EOS) 개발사 블록원은 2019년 미등록 유가증권 제공 혐의를 받아 합의금 2400만 달러를 냈다. 텔레그램도 TON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자금 12억 달러를 모금했다가 같은 혐의로 18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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