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중앙은행이 민간 부문이 미래의 화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7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화폐 발행과 유통 작업에서 민간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온라인 세미나에서 영란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이니셔티브 소속 애널리스트 벤 다이슨은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들이 화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영란은행의 입장이다. 하지만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화폐 요건에 부합하는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기술 대기업들이 화폐를 더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과 암호화 자산을 개발하자고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벤 다이슨은 민간 화폐가 통화 시스템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적인 유용성이 있다면 미래의 CBDC 이니셔티브와 함께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간 부문이 기존 결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실제적인 필요에 부응할 수 있다면, 공공 부문이 민간부분에 역할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란은행은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해 민간 화폐에 상당히 수용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뿐 아니라 암호화폐 전반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로젝트가 공개된 이후, 많은 정부와 규제기관들이 리브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라엘 브레이나드 미국 연준이사는 미국 규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리브라 등 민간 화폐에 대응하기 위해 CBDC 연구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도 리브라와 같은 잠재적인 위협에 대응해야 할 경우 CBDC 발행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리브라를 견제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프랑스와 독일 정부 관계자는 리브라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대로 작년,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는 강력한 규제 기준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민간 기업의 자체 화폐 개념이 상당히 흥미롭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영란은행 애널리스트들은 미래의 디지털 화폐가 엄격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은행 핀테크 부문 수장인 톰 무튼은 CBDC를 진행할 때 고려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철저히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전 유럽과 영국이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을 채택했다. 기업들은 이용자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이용자의 허가를 구해야 한다.
벤 다이슨은 “CBDC가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제에 맞게 설계돼야 할 것이다. 이용자가 결제 프라이버시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어떤 데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누구와 공유되는지 확실히 하기 원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CBDC가 완전히 익명이 되진 않을 것이지만,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19의 확산이 전 세계 주요국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앞당기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를 내년 말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더리움, 리플 등 시중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