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서 하루 만에 4억 2,000만 달러(약 6,048억 원) 이상이 유출되며, 출시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IBIT는 2월 26일 하루 동안 5,000 BTC 이상이 빠져나가며 지난 1월 2일 기록했던 3억 3,200만 달러(약 4,776억 원) 유출 규모를 넘어섰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유출은 지난 24일 하루 동안 암호화폐 ETF에서 11억 달러(약 1조 5,840억 원)가 순감소한 데 이어진 흐름으로, 최근 7거래일 동안 약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데스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전체 비트코인 ETF 시장에서 총 7억 5,600만 달러(약 1조 892억 원)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피델리티의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트러스트(FBTC)도 1억 4,570만 달러(약 2,097억 원)가 유출되며 7일 연속 순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이 밖에도 비트와이즈, 아크 21셰어스, 인베스코, 프랭클린, 위즈덤트리, 그레이스케일 등의 ETF에서도 1,000만~6,000만 달러(약 144억~864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기준 시가총액은 하루 동안 5.6% 감소해 2조 9,000억 달러(약 4,176조 원) 수준을 기록했으며, 비트코인 가격도 8만 2,455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이후 총 1조 달러(약 1,440조 원)가 시장에서 유출되며 25% 이상의 조정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크립토퀀트의 공동 창립자 겸 CEO 기영준은 "비트코인 상승장에서는 30% 조정이 흔한 일"이라며 "2021년에도 53% 하락했지만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격이 오를 때 매수하고 하락할 때 매도하는 것은 최악의 투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량 유출이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TF 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치는 이를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으며, 비트멕스 공동 창립자 아서 헤이즈는 "장기 투자자보다는 차익거래를 노리는 헤지펀드들이 ETF에서 빠져나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4일 "이 같은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7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무역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밝힌 점이 기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번 조정을 7만 4,000달러 선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