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가 암호화폐 규제 강화 입장을 견지해온 증권거래위원회(SEC) 캐롤라인 크렌쇼(Caroline Crenshaw) 위원의 재지명을 취소했다.
18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상원 은행위원회는 크렌쇼 위원의 재지명 표결을 전격 취소했다. 암호화폐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의회 회기 종료를 앞둔 시간적 제약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 은행위원회는 당초 이날 오전 크렌쇼 위원의 추가 5년 임기 연장을 위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회 회기가 목요일 종료되는 상황에서 본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위원회 보좌관의 설명에 따라 표결이 취소됐다.
크렌쇼 위원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선인이 재지명하지 않는 한 임기 종료와 함께 퇴임하게 된다. 3조 달러 규모의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인사를 암호화폐 우호적인 트럼프 당선인이 재지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자신의 소속 정당이 아닌 인사를 지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크렌쇼를 지명한 바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나이(Gemini)의 공동 창업자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크렌쇼가 더 이상 미국의 혁신을 가로막지 못하게 됐다"며 "암호화폐 유권자들이 11월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 게임은 끝났고 이제 업계를 위한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 미국이 세계 암호화폐의 수도가 될 때"라고 말했다.
이번 크렌쇼 위원 재지명 저지는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였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기간 동안 5000만 명에 달하는 암호화폐 유권자들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바이든 시대의 규제를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윙클보스 형제 등 업계 거물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고, 업계 지원을 받는 정치활동위원회(PAC)는 1억3000만 달러를 투입해 친암호화폐 성향의 의원들을 의회에 진출시켰다.
업계는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상원의원들에 대한 서한, 이동식 광고 캠페인을 통해 크렌쇼 위원 지지가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위협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고, 공화당 의원들이 셰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위원장이 추진한 정규 상원 시간 외 특별 표결을 저지하면서 지난주 예정됐던 표결이 수요일 오전으로 연기됐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팀 스콧(Tim Scott) 공화당 간사 등 친암호화폐 공화당 의원들의 표결 저지 시도에 대해 브라운 위원장은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워싱턴을 혐오하는 이유"라며 "기업 특수이익집단이 공화당 대통령과 상원의 인준을 받은 예비군 장교이자 공직자인 크렌쇼에 대해 혐오스러운 비방 캠페인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반암호화폐 성향으로 업계의 정치 자금 공세 표적이 된 오하이오 주 출신 민주당 브라운 위원장은 2007년부터 유지해온 의석을 업계로부터 4000만 달러의 지원을 받은 공화당 버니 모레노(Bernie Moreno) 후보에게 내줬다.
크렌쇼 위원은 내년 새로 구성되는 공화당 주도 상원이 후임자를 인준할 때까지 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가 비공화당 몫의 위원직에 누구를 지명할지는 불분명하다. 의회 관행상 소수당이 후보를 추천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의무는 없다.
한편 암호화폐 업계는 트럼프 인수위에 차기 위원으로 친암호화폐 성향의 민주당 인사들을 추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 옹호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는 조지타운 로스쿨의 크리스 브루머(Chris Brummer) 교수다. 민주당 소속인 브루머는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이 당선됐다면 SEC 위원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지지하는 인물이며,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하는 워싱턴 D.C. 핀테크 위크를 주관하고 있다.
블록체인 결제 기업 라이트스파크(Lightspark)의 자이 메사이(Jai Messai) 법무책임자와 로펌 데이비스 폴크 앤 워드웰(Davis Polk & Wardwell) 전 파트너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암호화폐 은행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의 뚱비 레(TuongVy Le) 법률고문도 업계가 선호하는 인물이다. 레는 암호화폐 법률 분야에서 일하기 전 SEC에서 6년간 법 집행부 선임 법률고문과 의회정부간사무국 수석 법률고문을 역임했다.
SEC 출신으로 뉴욕 금융서비스국 연구혁신실의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칼라 캐리보(Carla Carriveau)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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