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현대페이 카쎄(Kasse HK-1000)에 이어 2편으로 사토시랩(SatoshiLab)이 개발한 하드웨어 지갑 '트레저(Trezor)'를 사용 방법을 중심으로 리뷰하고자 한다.
케이스는 종이 재질로 가볍고 심플했다. 다만 재질이 종이인만큼 제품의 보호라든지 고급스러움은 기대할게 못된다.
구성품으로는 △트레저 로고 스티커 4장 △사용설명서 △복구용 기록카드 2장 △트레저 본체 △USB 케이블 △스트랩이 들어있다.
트레저 제품은 하얀색과 검은색, 두 종류가 있다. 제품은 마치 자동차키 혹은 호루라기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다만 제품 재질과 마감, 버튼 입력감 등은 가격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았다.(트레저는 국내 기준으로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리뷰 제품인 카세와 비교하면 가격에 비해 제품 퀄리티가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 플라스틱 재질의 얇은 본체는 두 손으로 쥐고 힘을 주면 휘거나 부러질듯한 느낌마저 든다.
반면, 검은 배경에 하얀색으로 글씨가 표기되는 모니터는 어두운 곳에서도 만족스러운 시인성을 보여줬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트레저 화면을 눈으로 볼 때는 화면 전체가 깨끗하게 보이지만,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면 위 화면처럼 부분적인 화면이 출력되는 식으로 보인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호 장치로 생각된다.
사용설명서는 실망스러웠다. 손바닥 반만한 크기 종이에 그림 하나 없이 작은 글씨가 3페이지에 빼곡히 적혀 있다. 제품 사용 방법은, 트레저와 PC 또는 핸드폰을 연결하고, 홈페이지를 방문해 지시를 따르라는 내용이 전부다. 물론 한글 메뉴얼은 지원되지 않는다.
지난 리뷰에서 필자는 텍스트 중심의 카세 사용설명서가 아쉬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트레저 설명서를 보니 그 정도면 감지덕지구나 싶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차라리 국내 사용자들의 사용 후기를 찾아 사용 방법을 익히길 추천한다.
사용을 위해 먼저 PC와 트레저 본체를 연결했다. 그런데 PC와 트레저를 연결하는 제공된 USB 선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데스크탑 PC를 바닥에 놓고 사용하는 사람은 PIN 코드를 입력할 때마다 허리를 숙였다 폈다하는 수고를 반복해야 한다.
사용자의 허리와 정신 건강을 위해, 제공되는 케이블 대신 USB 연장 케이블 또는 구형 핸드폰 케이블(마이크로 5핀)을 사용하길 강력 추천한다. 필자는 1m 길이의 마이크로 5핀 케이블을 대신 사용했다.
트레저와 PC를 연결한 후 홈페이지에 들어가 모델을 선택하면 구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나온다.
설치를 마치고 실행하면 펌웨어를 업데이트하라고 뜬다. 역시 지시대로 설치하면 된다.
지갑 이름을 설정하면, 지갑의 비밀번호인 'PIN 코드'를 입력하는 화면이 나온다. 본체에 보이는 숫자 배열을 보고 PC 모니터 화면에서 원하는 비밀번호를 순서대로 입력하면 된다.
카쎄가 제품 자체에서 버튼 조작을 통해 PIN 코드를 입력하는 것과 달리, 트레저는 제품 화면을 보고 PC에서 입력하는 게 큰 차이점이다.
다음으로 복구 카드를 적어야 한다. 카세는 복구에 필요한 단어를 3개~24개까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었지만, 트레저는 24개 단어를 모두 적어야 한다. 잘못 썼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복구 단어를 하나씩 복구 카드에 받아적고 'again' 버튼을 누르면 단어들을 다시 한번 순서대로 보여준다.
이전 리뷰에서 적었던 바와 같이 복구 카드는 절대로 잃어버려선 안된다. 복구카드를 잃어버리면 지갑을 분실하거나 훼손했을 경우 복구할 방법이 없다. 복구카드를 도저히 안전하게 보관할 성격이 못된다 하는 이들은 차라리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을 믿으라고 추천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설정을 마치고 지갑 앱에 접속하면 화면을 볼 수 있다. 트레저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골드 △대시 △라이트코인 △지캐시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NEM 등 9종의 암호화폐를 공식 지원한다.
다만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은 '마이이더월렛(MEW)'이라는 연동되는 별도 앱을 이용해야 거래가능하다. NEM 역시 전용 지갑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들 앱에 대한 사용 방법은 국내 사용자들의 사용기를 찾아보길 권한다.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받는 주소 '전체 보기'를 누르면, 트레저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비트코인을 다른 곳에 보낼 때도 PIN 코드 확인과 기기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보안에 공을 들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총평
암호화폐 하드월렛 '트레저(TREZOR)'의 케이스 및 본체 퀄리티는 제품이 장난감처럼 느껴질만큼 다소 실망스러웠다.(처음 접했던 제품이 카쎄여서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자체 단일 앱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었던 카세와 달리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 NEM의 경우는 거래에 별도 앱을 사용해야 하는 점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국내 사용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한글 미지원, 친절하지 않은 설명서도 단점으로 덧붙이고 싶다.
다만, 어두운 곳에서도 만족스러운 시인성을 보여준 점,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화면 장치 등은 칭찬하고 싶다. 또 거래와 앱사용에 있어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기본인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 점은 칭찬하고 싶다.
무엇보다 트레저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가 채 대중화 되기도 전인 2014년에 출시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최근 출시한 제품과 단순 비교를 통한 평가절하는 과한 측면이 있다. 트레저의 후속 모델 '트레저 T'가 곧 출시된다고 하니 디자인과 편의성, 기술력에 대한 비교는 후속 모델에 맡기고 싶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